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체제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 및 금융개혁인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문 중국 옌볜대 교수는 10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와 독일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이 주최한 학술회의 ‘북한과의 비즈니스와 금융’에서 “북한이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도입한 결과 내부적으로 ‘일한 만큼 분배’하는 제도를 실시하게 됐고 대외무역 다양화를 위해 19곳의 경제개발구를 창설해 대외개방 확대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융개혁을 위한 ‘상업은행법’ 제정, 전자결제카드 ‘나래’ 발행, 전자상업봉사체계(온라인 쇼핑몰) ‘옥류’ 운영 등 북한의 최근 경제 동향도 소개했다.
최 교수는 “북한은 자본·기술은 부족하나 저렴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자체 시장은 구매력 미달로 협소한 상황이어서 대외 수출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노동집약적 가공무역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산업 육성은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과 맞물려 (북한으로의) 산업 이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출산업 육성은 북한 개혁·개방의 촉진과 시장경제 체제로의 점진적 전환, 동북아 주변국과의 긴밀한 경제·정치·사회관계 형성, 세계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진출기반 마련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북한 경제의 발전은 막대한 자원 수요와 자금 투입에 기반하기 때문에 신속히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에서 주요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협의와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국 미국과의 관계 개선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북한에서 사금융을 운용하는 신흥 부유층을 뜻하는 ‘돈주’라는 용어가 주목받았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공식 은행시스템이 시장경제화 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정부 영향권 밖에 있는 소규모의 사금융이 번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을출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돈주가 고리대금업을 비롯해 전당포 운영, 아파트 건설 등 다양한 이권 사업에 투자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며 출신성분을 중시했던 기존의 계층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