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슈퍼스타트업)안쓰는 기프트카드 삽니다…'레이즈'

800억달러 틈새 시장 공략으로 매출 1억달러 '쾌재'

입력 : 2015-06-15 오전 10:41:40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공유경제는 내가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을 누군가 필요로 할 경우 저렴한 가격에 양도를 하거나 빌려주는 형태다. 여기서 기업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중개자의 역할을 한다. 주거지를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나 자동차를 같이 타는 우버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올림픽이라 불리는 매스챌린지의 2013년 참가자 중 9%가 공유경제형 기업이었다. 2010년의 5%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공유경제형 기업들이 전체 산업 지형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유경제가 점차 보편적인 생활 패턴으로 자리잡으면서 중개 시장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온라인에 이식한 기프트카드 매매 시스템
 
레이즈(Raise.com)는 무기명 선불카드인 기프트카드를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올해로 27살이 된 젊은 창업자 조지 부시스가 지난 2013년 친구인 브래들리 와츠와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당초 이들이 시작했던 사업은 할인 쿠폰이나 특가 상품들을 소개하는 쿠폰트레이드(CouponTrade.com)이었다. 기프트카드는 부수적으로 취급하는 아이템이었지만 고객의 수요가 높은 탓에 주인공이 바뀌었다.
 
레이즈가 기프트카드에 주목한 이유는 간단했다. 해마다 발행되는 기프트카드의 20%가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기프트카드 시장 규모는 4000억달러이니, 최소 800억달러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기프트카드 시장이 연간 30% 안팍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업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다.
 
◇레이즈는 기프트카드를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현재까지는 미국에서만 서비스 되고 있다. 사진은 국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기프트카드의 모습.(사진=뉴시스)
 
고객들이 호응하는 배경도 단순했다. 길고 복잡했던 기프트카드 매매 프로세스를 인터넷을 통해 빠르고 간편하게 만들었기 때문. 모든 과정을 온라인 신청과 우편 발송으로 대체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야 했던 불편도 해소했다.
 
기프트카드를 판매하려는 사람은 회원가입 후 기프트카드 이용처, 시리얼넘버, 핀넘버를 입력하면 등록이 완료된다. 카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잔액이 10달러 이상 남아있으면 거래가 가능하다. 판매 가격은 카드 내 잔존가치를 넘지 않는 선에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으며 거래가 성사되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가격을 변경할 수 있다. 레이즈는 정상가에서 5%만 낮춰도 판매율은 높아진다고 조언한다.
 
다만 거래 가격의 15%를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점을 유의해야 하며, 온라인 카드로 전환이 어려운 실물 카드의 경우 1달러가 추가로 부과된다. 매매가 완료된 카드 금액은 현금 혹은 페이팔로 지급된다.
 
구매자는 사이트에 로그인을 한 후 원하는 브랜드를 찾아 필요한 만큼의 금액이 들어있는 카드를 선택하면 된다. 온라인 카드의 경우 24시간 내에 레이즈와 연동되는 모바일 지갑에 나타나고 실물 카드의 경우 3~14일 내에 지정한 주소지로 배송된다. 기프트카드를 적게는 5%에서 많게는 40%까지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소비세·배송비·수수료 등 별도 비용도 발생하지 않아 알뜰한 소비에 제격이다.
 
◇창업 15개월만에 매출 1억달러 돌파
 
이처럼 단순한 사업모델을 발판으로 레이즈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다. 창업 15개월만에 1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린 것. 지난해 11~12월에는 연말 쇼핑시즌 특수로 월평균 5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 한 해에만 약 100만장의 기프트카드가 거래됐는데, 5초에 한 번 꼴로 카드가 등록되거나 팔린 셈이다.
 
변변한 사무실도 없이 거실 한켠에서 스마트폰 테더링에 의존해 사이트를 운영하던 레이즈는 현재 150 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번듯한 회사의 모습을 갖췄다. 레이즈에서 거래되는 기프트카드는 월마트, 타겟, 홀푸드 등 대형마트에서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 3000개가 넘는 브랜드들이 레이즈를 거쳐갔다.
 
놀라운 성장 속도에 주요 벤처 캐피탈의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말 진행된 시리즈A 투자에서는 베스머 벤처 파트너스, 핀터레스트, 옐프, 위키아 등이 1810만달러를 지원했고, 올해 초 마감된 시리즈B 투자에서는 앞선 투자에 참여했던 베스머를 비롯해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NEA), 리슨 벤처스, 프리츠커 오가니제이션 등으로부터 5600만달러를 유치했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8100만달러로, 시장에서는 레이즈의 가치를 5억달러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토니 플로렌스 NEA 소비자파트 담당자는 "10여 년 전 스터브허브가 그랬듯 레이즈도 사람들의 소비 행태를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티켓예매전문사이트인 스터브허브의 출현으로 티켓 판매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져 창구 앞에 긴 줄을 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진 현실을 비유한 것이다.
 
부시스 역시 "온라인 쇼핑이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을 바꿔놨다면 레이즈는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금을 지불하기 앞서 할인된 기프트카드 구매를 떠올릴 수 있는 소비 문화를 형성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모바일 앱에서는 인근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알려주는 푸시 서비스도 탑재했다.
 
기프트카드를 발행하는 소매점과도 연계한 본격적인 마케팅도 예고했다. 기프트카드를 소비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이 예상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부시스는 지난 3월 페이팔에서 소매부문 책임자로 일했던 돈 킹스보로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했다. 선불카드 운영업체 블랙호크네트워크를 세웠던 경험들을 비롯해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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