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피하라…스타트업 브랜드 작명 고심

입력 : 2015-06-21 오전 9:30:00
지난달 페이스북은 미국특허상표청(USPTO)에 스타트업 기업인 디자인북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명에 '북(book)'이란 단어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은 최근 스타트업 디자인북을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연례 개발자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마크 주커버그의 모습.(사진=뉴시스/AP)
 
애론 폴락 디자인북 공동 창업주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페이스북과 디자인북은 이름만 유사할 뿐 서비스 영역이 완전히 다른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디자인북은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벤처기업이 협업자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개플랫폼인데,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서비스인 페이스북과 혼돈을 초래할 일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주장대로 브랜드 가치를 희석시킬 의도도 가능성도 없다고 항변했다.
 
디자인북이 위치한 버몬트주의 피터 슘린 주지사가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주에게 소송을 취하해달라는 서한을 보내 중재에 나섰지만 페이스북이 어떻게 응답할지는 미지수다.
 
사실 페이스북이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에도 교육기술 스타트업 티치북을 상대로 "사명에서 '북'을 빼라"고 요구하는 등 지난 5년간 이름과 관련된 100여 개의 소송을 겪어왔다. 티치북은 소송 기각을 요청하는 등 저항도 해봤지만 약 2년간의 공방끝에 이름을 '티치퀘스트'로 바꾸며 굴복했다.
 
2011년에는 페이스북이 공격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용자가 자신의 과거 기록들을 직접 정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임라인즈'로부터 페이스북의 새로운 프로필 페이지 서비스 이름으로 '타임라인'을 사용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은 것. 당시 타임라인즈는 합의를 통해 소송을 취하했다.
 
페이스북과 소송전을 겪은 일부 기업 관계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소송이 100만 명의 이용자를 둔 거대 기업 페이스북의 횡포라고 지적한다. 능수능란한 법률 대리인들을 앞세워 비열한 책략으로 약자들을 괴롭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상표권 적용의 적절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상표권은 지적재산권 중 하나로, 자사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하기 위해 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을 결합해 만든 상표를 권리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좁은 지리적 범위 내에서 기업의 상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의 범위가 전세계로 확대됨에 따라 상표간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유한 상표를 찾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벳시 로젠블랫 휘티어대학교 로스쿨 지적재산권법센터 디렉터는 "상표권 분쟁을 피하기 위해 신생 기업들은 기발하거나 독특한 사명을 지을 수 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사람들에게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리는 것은 더욱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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