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중소기업·소상공인 대표와 정부 각 부처 관계자를 초청한 가운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각 부처의 메르스 피해지원 발표가 끝나자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사진)이 마이크를 잡았다. 진 회장은 "지금 정부가 배포한 자료는 현장과 괴리가 있다"며 "전통시장은 초토화됐고 손님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
22일 서울 신원동 전국상인연합회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진 회장은 "일각에서 메르스 사태가 진정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시장경기도 조금 나아지지 않겠냐는 기대는 갖는다"면서도 "본격적인 회복세가 가시화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숫자로 매출이 얼마나 줄었다고 추산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만큼 전국의 시장이 휑한 상태였다는 진 회장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매출하락이 일어났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만 해도 관광을 안가거나, 한시적으로 특정지역 물건이 안팔리는 정도였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전국에서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진 회장은 "장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위기를 느꼈다"고 표현했다.
문제는, 손님들이 다시 시장을 찾는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데 있다. 진 회장은 "메르스가 퇴치되더라도 그 결과가 피부로 느껴지고 사람들이 다시 시장을 찾는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지금 분위기라면 회복하는데 오래 걸리겠다는 불안감을 지울 길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소상공인을 대상 저리융자 등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데, 결국 갚아야 하는 돈입니다. 지금 발표한다고 내일 당장 융자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보다는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안심할 수 있게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액션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각종 지원책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울러 일부지역 농가에서 작업을 하지 못한데다 가뭄까지 겹치며 농작물 가격이 오르는 상황을 감안한 맞춤형 지원책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진 회장은 "상황이 안정되고 불안감이 해소되면 저희 상인들은 저희대로 살아갈 수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