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씁쓸한 상상' 행복주택 대신 뉴스테이를 짓는다면

입력 : 2015-06-21 오전 10:28:54
행복주택과 뉴스테이. 현 정부가 밀고 있는 임대정책입니다. 같은 임대아파트지만 이를 바라보는 해당 지역 사람들의 시선은 사뭇 달랐습니다. 무섭도록 차갑거나 기분좋게 따뜻한. 어떤 사람들이 이 임대아파트에 들어와서 사느냐가 그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2012년 말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후보는 젊은이들의 주거 안정책으로 행복주택 공약을 내겁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2013년 5월 국토교통부는 오류역에서 행복주택 7개 시범지구를 발표합니다. 서울 오류동, 목동, 남가좌, 공릉동, 목동, 잠실동, 가락동, 인천 고잔역 일원에 1050가구를 짓는 계획입니다. 사회 초년생, 대학생, 신혼부부에 대부분을 공급하고, 일부 물량은 사회적 약자에게 돌리기로 합니다.
 
2015년 1월 국토부는 또 다시 깜짝 놀랄 만한 임대정책을 발표합니다.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정책입니다. 건설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임대주택 건설을 유도하는 정책입니다. 이를 위해 주택기금도 지원하고, 땅도 싸게 공급해 주기로 했습니다. 필요하면 그린벨트도 해제해 촉진지구로 지정키로 했습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공공적 성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임대료 제한은 받지 않습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대림동, 신당동, 인천 도화동, 수원 권선동에 모두 5529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토지인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자를 선발하는 공모를 거치기도 했습니다.
 
2년의 사이 발표된 정부의 야심찬 임대정책. 하지만 그에 대한 주민 반응은 크게 달랐습니다.
 
행복주택은 도심 역세권 요지에 국공유지를 활용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지만 해당 주민들은 깜짝 놀랍니다. 목동을 중심으로 잠실, 가락, 공릉, 고잔지구 주민들은 행복주택 건립을 거세게 반대합니다.
 
부지 이용 방법, 교통정체 가중 등 이런 저런 이유가 많았지만, 공통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임대주택이 들어온다는 거부감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몰려와 동네질을 떨어트리거나 저가 임대아파트 공급에 따라 임대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것이었죠. 목동과 공릉은 소송전까지 불사할 정도로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하기도 했죠.
 
뉴스테이 공급지 발표 후 현장은 차분했습니다. 크게 내색은 안했지만 대부분 반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뉴스테이는 대놓고 괜찮은 수입을 가진 중산층에게 공급하겠다고 말한 임대주택입니다. 대림동 뉴스테이 전용 35㎡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 예상됩니다. 년 1200만원을 집주인에게 주거비로 아무렇지도 않게 낼 수 있는 수준의 사람들이 사는 임대아파트. 전문 임대관리회사를 통해 세탁, 청소, 육아, 카쉐어링, 월세 카드결제 등 새로운 임대문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임대아파트입니다.
 
대림동에 한 공인중개사는 "선진화된 임대시스템을 갖춘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는데 시장에 호재면 호재지 나쁠 건 없다. 정부가 예상한 임대료면 시장을 교란시킬 염려도 없다"고 말합니다.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서울 삼전지구 26㎡의 월세는 23만원~39만원. 서울 대림동 뉴스테이는 월 100만원. 월 77만원~61만원을 더 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대접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 씁쓸하기만 합니다.
 
만약 행복주택 시범지구에 뉴스테이를 공급하겠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뉴스테이에 행복주택을 집어넣어도 지금과 같았을까.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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