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3일 오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삼성홀에서 진행된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인사를 한 후 통합 5연패(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이루겠다고 손을 흔들고 있다. ⓒNewsis
리더십에 목마른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100여명에 가까운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스 식의 지휘·통제 대신, 선수를 살피고 이끄는 진정한 리더십을 구사하는 감독에게 관중은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대표적인 감독으로는 류중일 삼성 감독과 김성근 한화 감독을 들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KBO리그 최초 통합 4연패를 기록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올 시즌 프로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은 '야신'이라 불리며 일찌감치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두 감독의 리더십을 비교해보고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한 팀에서 29년간 일하며 구성원과 든든한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 코치진들과 함께 직접 선수를 지도했다. 선수들은 어려울 때면 본능적으로 그를 찾았다. 다정하나 때로는 왠지 무섭다. 마치 '어머니'와도 같다.
'야구 대통령' 류중일(52)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올해 감독 5년차이나 이미 감독 우승 반지는 4개에 달한다. 감독 첫 해 통합(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 대업을 이룬 후 매년 삼성이 통합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업적의 밑바탕에는 한 팀에서 오래 일하면서 자연스레 생긴 '형님과 어머니 역할의 솔선수범 리더십'과 "화가 나도 '참을 인'으로 버틴다"는 그의 인내심이 있다. 류 감독은 선수(1987~1999)와 코치(2000~2010)는 물론 감독(2011~)까지 모두 같은 팀에서 일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감독 이전에 팀의 대선배인 셈이다. 현재 삼성에는 류 감독과 선수 생활을 함께 보낸 선수도 있다.
이같은 배경에다 그의 소탈함이 더해지면서 삼성은 감독과 코치진, 선수가 허물 없이 의사소통하는 팀이 됐다. 무엇이든 잘 알고 있는 큰 형이 막내동생 질문에 답하는 느낌이다. 최근 들어 사회 각 계에서 강조되는 '소통'이 삼성에서는 이미 문화로 자리 잡았다.
류 감독은 잔소리를 하기보다 선수를 더 믿는 쪽을 택했다. 화가 나도 참았고 '소맥' 한잔씩 하며 쌓인 감정을 훌훌 털어버렸다. 형님과 어머니 역할의 솔선수범 리더십, 그리고 화가 나도 속으로 삭이는 인내심은 조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가를 발했다.
통합 3연패 달성 중압감이 팀 내에 컸던 2013년 한국시리즈 직전 그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다들 즐기고 오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야구계에 "감독을 위해 이겨줘"라고 말한 감독이 있어 화제가 됐지만, 류 감독은 과오는 모두 자신이 안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7전4선승제인 한국시리즈에 팀이 1승3패의 벼랑 끝까지 몰려도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대반격 우승 드라마를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감독이 책임 지지 않고 뒤로 뺐거나 선수들이 감독을 믿지 못했다면 삼성의 대역전극은 불가능했을 터다. 또한 2011년 1월5일 그가 삼성의 감독이 됐을 때 거론된 "능력과 리더십이 있지만 경험부족 때문에 좋은 성적은 힘들 것"이란 부정적 전망을 보기 좋게 깼다.
류 감독이 자모(慈母)리더십만 추구한 것은 아니다. 부하(선수) 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 노력과 실력 증진 노력을 함께 꾀했다. 무결점은 아니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스포츠이기에 결과가 나쁜 경우에는 선수의 인선에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감독 초기인 2011년 주전 선수만 너무 기용해 선수의 교체 시점을 놓쳐 경기를 졌다는 식의 비판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력 증진 노력은 달랐다. 대비를 확실하게 했다. 모기업인 삼성그룹이 중시하는 시스템 경영을 추구했다. 육성군에 해당되는 2·3군에서 가능성이 엿보이는 유망 선수를 집중 육성하는 BB아크가 한 예다. 박해민·구자욱 등 걸출한 신인이 연달아 나왔다. 이같은 전력 대비는 팀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조직 내 경쟁심리를 높이고 감독 뜻에 따라 선수단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했다.
류 감독의 리더십은 아직 진화 중이다. 꾸준한 연구를 토대로 선수단에 떳떳한 리더로 서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삼성 선수 출신의 최초 우승 감독인 그가 과연 어디까지 우승 기록을 쌓을 것인지 주목된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