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장관이 취임한지 100일. 전세난은 심화되고, 행복주택·뉴스테이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갈길이 바쁘다. 사진/뉴시스
전세대란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국토교통부가 서승환 체제에서 유일호 체제로 전환한지 100일이 지났다. 100일 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정책이 시장에 반영되긴 짧은 시간이지만 눈에 띄는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 취임 후 6월 16일까지 전국 전셋값은 1.8% 상승했다. 서울은 2.7%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국 0.6%, 서울 0.4%보다 더 상승했다. 상승분이 꾸준히 누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감 상승률은 더욱 크다. 취임 직전 3억2631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월 기준 3억4111만원으로 뛰었다.
유 장관은 임대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6일 취임 후 첫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디딤돌·전세대출 금리 인하, 서민주거대출 대상 확대 등 이전 정책을 보완·수정한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장관이 서민주거 장기 안정책으로 내놓은 정책들도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직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만큼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국토부가 올해 역점사업으로 정한 뉴스테이 관련 특별법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합의를 이끄는데 실패한데 이어 6월 임시국회에서도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인 행복주택 추진과 관련해 전기를 마련해야 할 상황이지만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 장관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주민들의 반대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추진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바 있다.
유 장관이 지역구 의원으로 있는 송파구는 7개 행복주택 시범지구 중 잠실, 송파 등 2곳이 포함돼 있는 곳으로 당시 목동 등과 함께 주민들의 반대가 거셌다. 따라서 장관 중도 사퇴 후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해둔 발언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짧은 시간이라도 서민 주거 안정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40년간 해묵었던 그린벨트 규제개혁과 판교창조경제밸리 조성 사업 등에 속도를 낸 것은 정치인의 장점을 잘 살린 사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최근에는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금융환경이 바뀐 것을 감안해 시범사업 추진을 결정했던 수익공유형모기지 출시를 과감히 연기하기도 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