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펀드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증시가 랠리를 이어간 덕분에 펀드 투자자의 지갑도 두둑해진 것이다. 다만, 특정 섹터와 지역에 성과가 집중되면서 운용전략에 따른 수익률은 천차만별이었다.
국내 펀드 빛낸 '중·소형주와 헬스케어'
올해 국내 주식형펀드를 이끈 주인공은 중·소형주펀드였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53%였다. 이 가운데 중·소형주펀드 수익률은 25.76%로 같은 기간 성과의 두 배 이상 웃돌았다.
펀드별로 보면 연초 이후 60.14% 수익을 낸 '미래에셋한국헬스펀드'가 1위를 차지했으며 '동부바이오헬스케어펀드'는 54.18%로 2위를 차지했다. 두 펀드는 건강과 의료기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중소형 테마펀드로 올해 관련주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6개월 만에 50%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이 밖에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펀드'와 '미래에셋녹색성장펀드'가 46%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하락세가 지속되는 현대차와 전기전자 등 대형주를 담은 펀드는 시장을 따라가지 못했다. '삼성코덱스자동차ETF'는 연초 이후 17.7%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대신 자이언트 현대차그룹 ETF' 역시 -14.73%로 부진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주도주의 부진과 올 들어 중국을 기반으로 한 소비관련주와 중소형주가 랠리를 보인 영향이 컸다고 진단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7% 상승에 그친 반면, 코스닥지수가 35% 이상 오르는 차별화 장세가 나타나면서 포트폴리오 비중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실제 '미래에셋헬스케어펀드'는 셀트리온을 비롯해 동아쏘시오홀딩스, 부광약품, 녹십자, 바이로메드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 펀드'는 현대엘리베이터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바이오랜드 등에 분산투자했고 '프랭클린오퍼튜니티펀드'는 한국콜마홀딩스, 한국콜마, 한미 사이언스, 대원제약, 코스맥스 등 화장품주 비중이 컸다. 신규 자금을 끌어 모은 '현대인베스트먼트 로우프라이스펀드'는 셀트리온, 씨젠. 씨티씨바이오, 인트론바이오 등 바이오 관련주를 비중있게 투자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모멘텀을 기반으로 실적 성장성이 두드러진 화장품과 음식료에 매수세가 몰렸고 제약과 바이오주가 급등했다"며 "이들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얼마나 담았느냐에 따라 성과가 엇갈렸다"고 분석했다.
수익률 호조에 힘입어 중·소형주펀드로 자금유입도 순조로웠다.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7조원 가까이 환매가 지속한 가운데서도 중·소형주펀드는 5567억원이 순유입됐으며 이달에도 3395억원 순증세를 지속했다. 펀드별로는 '메리츠코리아펀드'가 3909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았고 뒤이어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펀드'는 1841억원,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가 1553억원으로 순증세를 이어갔다.
해외 펀드, 중국 수익률 상위권 휩쓸어
해외주식형 펀드의 주인공은 중국본토였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원 이상 해외주식형 펀드 중 최고 성과를 낸 펀드를 조사한 결과 'TIGER차이나A레버리지ETF'가 연초 이후 수익률 83.17%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해외 주식형평균 13.6%를 6배 가까운 수준이다. '레버리지'라는 이름이 붙은 이 펀드는 기초자산 성과를 1.5~2배가량 더 탄력적으로 반영하는 전략을 구사해 상승장에서 시너지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삼성중국본토중소형포커스(FOCUS)펀드'가 76.38%로 투자자들에게 기쁨을 안겼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하반기 중국이 수출과 금융부문에서 내수섹터로 정책 방향을 틀었을 때 투자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개혁정책 하에 새로운 패러다임, 시진핑 정부의 부정부패 척결, 환경오염, 소비향상 등 테마를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투자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테마와 중소형에 특화된 운용사 AIFMC 자문을 통해 현지 자문사 리서치 역량을 십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동부차이나본토펀드'(54.4%), 'KB중국본토A주펀드'(44.9%) 등도 성과 우수 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승승장구했던 중국펀드 호조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최근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하루에 6% 넘게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은 자금 동향에서도 나타나는데 올해 들어 '삼성중국본토중소형포커스펀드'로 2797억원으로 자금이 유입됐지만 동시에 환매가 가장 많았던 펀드 역시 중국펀드였다. 특히, 공룡펀드로 불렸던 '신한BNPP봉쥬르차이나펀드'는 올해에만 2700억원 이탈하며 설정액이 70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미래에셋차이나펀드' 역시 1700억원대 자금이 환매 됐으며 '피델리티차이나펀드'도 1193억원 순유출됐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선임매니저는 "중국 증시는 과열에 대한 부담이 크고 밸류에이션도 선전증시의 경우 수 십배로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정책 모멘텀도 중요하지만, 기업 실적과 지표가 주가를 받쳐주지 않으면 흐름이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