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녹색 금융은 돈인가, 거품인가

녹색성장 국가비전 설정..해석은 분분
금융권 녹색 금융지원에 난색
"친환경 사회구조 조성부터 해결돼야"

입력 : 2009-05-14 오전 11:20:00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투발루를 살려주세요'
 
지구온화로 해수면이 점점 높아져 50년 후면 바다속에 잠길 나라 투발루. 생전 들어보지 못한 나라까지 언급할 것 없이 제주도를 보자.
 
오묘한 모양의 무늬와 드넓은 암벽 침식지대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서귀포의 용머리 해안도 산책로가 바닷물에 자주 잠긴다.
 
세계 각국에서 연신 "세이브 미(Save me)"를 외치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달라고 목놓아 우는 소리에 세계가 결국 녹색성장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그러나 녹생성장의 실체를 놓고는 해석이 분분하다.
 
◇ 위기가 시장을 낳았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진다. 혹자는 기후변화는 위협요인이면서 동시에 성장의 기회라고 말한다.
 
이미 발빠른 기업들은 기후변화라는 큰 기회를 탄소산업을 창출하는 호재로 받아들여 탄소시장을 낳았다.
 
지난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교토의정서로 세계 38개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1990년을 기준으로 삭감해야 된다.
 
이 탄소시장은 배출권거래제, 탄소펀드 등으로 구성돼 있어 감축에 성공한 나라가 감량한 배출량은 주식이나 펀드처럼 매매할 수 있다.
 
14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세계 탄소시장의 규모는 지난 2006년 300억 달러에서 오는 2010년 1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아직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오는 2013년 포스트교토의정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 탄소시장의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예로부터 물건을 살때는 '장을 보러 간다'고 한 것처럼 시장에는 수많은 상품이 등장하고 유행하며 사라진다.
 
탄소시장은 기존의 가치관을 완전히 뒤흔드는 매우 흥미로운 미래의 경제현상이 될 것이다.
 
◇ 녹색금융도 돈이야
 
MB정부가 ‘저탄소 녹색 성장'을 국가 패러다임으로 설정하면서 금융권이 하루아침에 녹색지대로 변했다.
 
시중은행에 이어 지방은행에도 판매수익의 10%를 공익사업에 지원하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등 녹색으로 물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측은 녹색금융 지원에는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재정적인 부담이 될 수 있어 은행이 주도적으로 이를 이끌어나가기를 주문했다.
 
지난 13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녹색금융협의회 세미나.
 
이날 신현준 금융위원회 글로벌금융과장은 “녹색산업의 대다수가 투자자금 회수가 불확실해 장기적으로 투자자금 조달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세제 혜택 등은 정부 재정에 상당히 부담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은행의 직접금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은행측은 수익 창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녹색 금융지원이 당연히 무리가 따른다고 반박했다.
 
특히 금융위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건전성 등 상황이 좋지 않은데 불확실한 사업에 돈을 쏟아 붇기가 부담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녹색 뉴딜 사업 10대 핵심 과제, 녹생 성장기본법 의결 등을 불도적식으로 처리했던 것처럼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거품이 낄 수 있다.
 
◇ "녹색 유령이 떠다닌다"
 
한국신용정보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녹색 뉴딜 정책 대부분 사업은 4대강 살리기를 비롯해 경부·호남 고속철도 조기 완공, 녹색교통망 구축 등의 토목 사업이다.
 
녹색성장 일환으로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도 구설수에 오른다.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구축, 대체 수자원 확보 등에서 모두 9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을 통해 창출될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 노무직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녹색성장에 대해 여론은 대체로 의아한 반응이다.
 
또 MB식의 성장제일주의 내세웠던 정부가 내세우는 현 정부와 왠지 부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본질적인 문제의식 없이 그냥 녹색 포장지를 덧씌우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녹색유령이 떠다닌다`는 노골적 불만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사회구조를 조성하고 기본적인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창섭 지속가능소비생산연구원 대표는 "녹색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며 4대강 살리기와 같은 토목건설 중심의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면 녹생성장은 시작도 전에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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