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성립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대우조선해양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위주 수주로 내실 경영에 집중하겠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9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해 내놓은 경영전략은 '내실 다지기'였다. 해외업체 인수에 나서는 대신 본업과 관련없는 계열사를 과감히 정리하고, 조선·해양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성립 사장은 25일 서울 다동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에는 조선 사업만으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양적 팽창을 추구하던 시기가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조선과 해양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어발식 확장경영을 지양하고, 본업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의미다.
정 사장에게는 '구원투수'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지난 2001~2006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두 번 맡은 데 이어 2013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STX조선해양 사장을 역임하며 경영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대우조선 재임 당시에는 취임 1년 만에 회사를 워크아웃에서 조기 졸업시키는 경영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만 세 번째 사장직을 수행하는 올해 역시 구원투수로서 활약이 절실한 상황.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 4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 사장도 업계의 실적 전망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와 마찬가지로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손실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현재 관련 사업 부문에 대한 실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면 2분기 실적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양플랜트 사업비중 축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출 비중은 현재 해양플랜트 55%, 상선 35%, 특수선 10%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최근 미국발 셰일혁명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을 맴도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익성에 발목이 잡힌 대형 석유회사들이 예산 축소에 나서면서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도 감소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게 정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해양플랜트 시장이 회복되더라도 (장기적으로) 비중은 줄여나가야 할 것"이라며 "해양플랜트 40%, 상선 50%, 특수선 10% 정도로 맞춰주면 가장 이상적인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TX프랑스 인수에 대해서는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은 최근 크루즈선 제조업체인 STX 프랑스의 지분(66.7%)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인수제안을 받고 검토해 왔다. 정 사장은 "미래를 생각한다면 크루즈 부문도 가야할 분야이지만, 현 시점은 이르다"면서 인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수금 자체는 부담되지 않지만, 올해 실적 전망이 어두운 데다가 인수로 인해 오히려 금융권에서 부정적 영향이 우려돼 파일을 잠정적으로 덮었다"고 부연했다.
인력재편에 대해서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정 사장은 "15년 전 인력 구조조정 당시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는 부작용이 있었다"면서 "조직의 슬림화와 쇄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부분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