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절차 한창인데 대화 거부하는 홈플러스"

노조, 비밀매각 중단·고용보장 요구 기자회견
사측, '본사' 테스코 발표 없이 나설 수 없어

입력 : 2015-07-01 오후 3:59:38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매각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테스코와 홈플러스 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이 나서서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김기완 홈플러스 노동조합위원장은 1일 서울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스코의 비밀매각을 중단하고, 고용안정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초부터 한달째 언론에서 홈플러스 매각사실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테스코는 현재까지 비밀매각을 지속하고 있다"며 "매각가격을 높이기 위한 무책임한 태도며 전형적인 먹튀자본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의 홈플러스 경영진이 사실상 매각사실을 부인하고 묵인·방조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유통산업과 한국경제의 안정적 발전에 반하는 매국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1일 서울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테스코의 비밀매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성수 기자)
 
홈플러스 노조는 예비입찰에 나선 7개 업체가 모두 사모펀드인 점도 문제삼았다.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는 사모펀드의 특성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HSBC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투자제안서를 보내 인수의향서를 받은 결과 MBK파트너스, 칼라일그룹, CVC캐피털파트너스,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골드만삭스PIA, 오리온-텍사스퍼시픽그룹(TPG) 컨소시엄 등 7개 업체가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유통업을 영위할 의지와 능력이 의심되는 업체들"이라며 "단기적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인력감축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지속성장에 관심이 없는 사모펀드는 분할매각과 단기적 재매각을 추진할 가능성 또한 높다"며 "결국 2만5000명의 홈플러스 직원의 고용안정이 위협받고 협력업체의 경영상 어려움과 함께 소비자의 피해 또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지난달 26일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답변시한인 지난달 30일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다는 점을 들어 홈플러스의 단체협약 위반을 지적했다.
  
홈플러스 노조가 기자회견 직후 도성환 홈플러스 대표이사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하려 하자 사측 직원이 본사 입장을 저지하고 있다. (사진=이성수 기자)
 
이날 기자회견 후에도 노조 측은 도 대표에 공개서한 전달을 시도했으나 사측의 저지로 본사 입장이 저지됐다. 이 과정에서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노조 간부와 사측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 노조는 서비스연맹, 민주노총 등과 상황을 공유하고 공동투쟁 계획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이달 초 시민사회단체, 정당과 간담회를 열어 사회적 대응을 요청하고, '홈플러스 매각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칭)'을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홈플러스 측은 "그룹의 본사 격인 테스코의 공식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단독으로 입장을 밝힌다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다"며 "테스코가 지난 1월 기업설명회를 통해 '해외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내용이 현재까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비밀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노조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전단을 만들어 돌리며 직원들을 동요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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