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업들은 디지털화(Digitization) 1.0에서 2.0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와있다.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자 기업들은 고유의 2.0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이 무인차에 탑승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경제 월간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2.0 시대를 맞아 상황 인지적(Context Aware) 정보가 중시되고 있다고 소개하며 주택 부문을 예로 들었다. 2.0 시대 가정용품의 특징은 어떤 특정한 상황 속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동시에 작동한다. 가령 집에 불이 났다고 치자. 천장에 설치된 화재경보기가 연기를 감지하면 보일러는 집안의 모든 난방 활동을 멈춘다. 무인 카메라는 보험사에 제출할 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불이 난 지점을 촬영한다. 이처럼 각 기기는 고유의 기능을 발휘하면서도 서로 연계 활동을 벌인다. 집안 내 모든 기기들은 꼭 불이 아니어도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함께 대처한다. 공기 청정기, 온도 조절기, 전화, TV, 안전장치 등 기기들은 마치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알프레드 집사처럼 집주인의 생활패턴과 주변 상황을 파악해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준다.
자동차 업체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1.0 시절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얻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이동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고자 서로 다른 기술을 융합하고 있다. 단순히 이동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재미와 휴식, 소통이란 요소를 가미해 운전에 대한 개념을 근본부터 바꿔 놓겠다는 것. 자동차 제조 기술과 4기가 LTE 통신은 이러한 신개념 차량이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기술자와 애플리케이션(앱, app) 개발자, 서비스 공급자까지 가세하며 ‘이동 생태계(mobility ecosystems)’를 구축할 만한 판이 마련됐다. 그 결과, 이종 간 협업이 증가한 반면, 동종 업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자사가 개발한 운영체계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만들려다 보니,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실제로 무인차를 개발한 구글은 최근 안드로이드 오토를 선보이며 애플의 카플레이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이동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포드는 운영체계 오픈XC를 제3의 개발자에게 아예 공개하는 식으로 IT 업체와 협업을 꾀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클라우드 기술을 개발하는 데 포커스를 맞췄고, 구글과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기업이 2.0 시대를 주도하려면 업종 간 벽을 뛰어넘고 디지털 환경이 주는 이점을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