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두 조카들이 800억원 상당의 증여세 소송에서 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김정숙)는 3일 롯데관광개발 김기병(77) 회장의 두 아들이 "800억원 상당의 증여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용산세무서장과 반포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김 회장은 신 회장의 여동생인 신정희(69) 동화면세점 대표이사의 남편이다.
재파부는 "김 회장이 보관하고 있던 주주명부를 상법상 주주명부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들의 주식 취득 시기는 주식 명의가 정정된 2008년 7월9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의 의미는 대표자가 임의로 작성해 몰래 보관하고 있던 주주명부를 상법상 주주명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주주명부를 상법상 주주명부로 인정하게 되면 증여세의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세 당국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정부법무공단의 김영진 변호사는 "이번 소송 결과로 인해 자칫 부의 세습을 정당화할 수 있는 증여세 회피방법이 차단됐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주주명부에 두 아들에게 회사 주식을 증여한 시점을 1991년과 1994년으로 기재해 서울지방국세청에 제출했다.
세무 당국은 두 아들로 정정된 2008년 7월9일을 주식 취득 시기로 봐야 한다며 두 아들에게 800억원 상당의 증여세를 납부하라고 통지했고 이에 불복한 두 아들이 과세 당국을 상대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1998~2008년 명의신탁과 허위 주주명부 등으로 두 아들에게 회사 주식 185만주(시가 730억원)를 증여하고 증여세 476억여원을 탈루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기소됐다.
김 회장은 2008년 두 아들에게 증여한 회사 주식의 실제 소유자를 아들들인 것처럼 주주명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주권, 확인서 등을 조작해 과세 당국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1,2심 재판부는 "허위로 작성됐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김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지난 2013년 1월25일, 자녀에게 시가 730억원 상당의 주식을 넘겨주면서 증여세 476억원을 탈루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서울지방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걸어 나오고 있다. 사진 /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