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그리스 국민투표가 실시되며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운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관계 없이 이미 그리스 사태는 장기전으로 돌입할 공산이 커졌다는 시각이다. 수 개월에 걸친 협상 과정을 통해 그리스와 채권단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만큼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도출해 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는 승자로 남고 협박을 일삼은 채권단은 패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시간에 쫓겨 그리스와 타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잊으면 그리스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의 평행선 달리기 협상 지속을 예상케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번 투표에서 '찬성' 우세로 나온다면 당장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는 피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우선 재선거 가능성도 불거지게 된다.
현 정권인 시리자에 대한 사퇴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에 지불해야 하는 35억유로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국민투표가 가결되더라도 시리자가 계속 정권을 유지한다면 유로그룹에서 과연 이들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것인지도 문제다. 결론적으로 국민투표가 가결되면 큰 위기는 당장 피하겠지만 여전히 그리스 사태는 안갯속을 걷게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는 반대로 국민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온다면 그렉시트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최악의 시나리오 국면에 접어들게 되는 것.
물론 그렉시트의 파급 효과를 우려한 유로그룹에서 새로운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우려한 ECB가 긴급유동성지원(ELA)을 늘리거나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유로그룹 내 여론은 그 어느 때보다 그리스에 불리한 상황이다. 그렉시트의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렉시트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그리스 부채는 대부분 공적 기관이 부담하고 있다. 민간 부문도 그리스 국내 금융기관들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유럽 은행을 포함한 민간 금융기관, 투자자들의 부담은 매우 제한적이다.
해외 은행들의 그리스 익스포져는 지난 2009년 3000억 달러에서 작년 말 470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에반해 유로존에서 쫓겨날 경우, 그리스 경제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그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그리스 국내총생산(GDP)는 현재보다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유로존의 지원 없이는 독자생존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채권단의 긴축 제의를 거부하더라도 그렉시트는 피할 수 있다는 그리스 정부의 주장은 그리스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국민투표에서 반대표가 우세하게 나올 경우 그리스의 운명은 예측 불가능한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시민들로 구성된 시위대들이 그리스 북부 항구도시 테살로니키에 모여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