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제안한 협상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5일)을 앞두고 그리스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곳곳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고 찬반표로 극명하게 나뉜 국민들 간 대립도 격화되는 분위기다. 은행영업 중단에 들어간 그리스 경제는 거의 마비 상태에 접어들었다.
긴축 반대 결과가 나올 경우는 물론 찬성표가 우세하게 나오더라도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 말을 바꾸고 있는 만큼 국민투표 이후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그리스의 신뢰하기 힘든 행동들로 인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의 강경한 태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리스 역시 협상 중단 협박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를 강행할 정도로 고집불통식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 치프라스 진영의 굴복을 이끌어내는데 채권단이 당분간 진땀을 더 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투표 이후가 본격적인 치킨게임의 시작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즉, 투표 결과와 관계 없이 채권단과 그리스 간의 협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긴축에 찬성하더라도 채권단과의 협상이 단시간에 마무리 될 가능성이 거의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JP모건의 스테파니 플랜더스 유럽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찬성이 나오더라도 여전히 채권단과 그리스 사이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반대가 과반을 넘을 경우, 치프라스 총리는 이를 빌미로 그리스에 유리한 방향의 협상카드를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협상의 진통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그리스가 채권단의 양보를 얻어낼 여지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만약 찬성표가 많이 나올 경우, 채권단은 어떻게해서든지 치프라스 총리를 몰아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치프라스 총리에 동조할 수 있는 그리스 주변국의 좌파 정권 수립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메르켈 총리는 "시간에 쫓겨 그리스와 타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누구인지를 잊으면 그리스는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왼쪽) 그리스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