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지에 집중됐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용산과 여의도에 새롭게 들어서게 되면서 면세점 시장의 판도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 6곳 중 절반인 3곳이 서울 중구와 종로구 등 강북 도심지에 있다. 반면 새롭게 추가된 대기업 시내면세점 2곳은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지 혹은 관광지로 키울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시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동대문 시장(55.5%)과 명동(55.1%), 경복궁(51.3%) 순으로 많이 찾았다. 외국인이 주로 방문하는 곳이 특정지역에 지나치게 몰려있던 이 같은 기존 관광문화는 면세점의 고른 분포에 힘입어 어느 정도 흩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관광객의 분산은 기존 관광버스로 골머리를 썩던 명동, 종로 일대의 교통난 해소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용산의 경우 철도망과의 연계로 지방 관광객 유입에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여의도는 인천·김포공항과 가장 인접한 지리적 특성이 있다. 통상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을 찾는 시기가 귀국 직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광객들이 이들 신규 면세점을 찾아오기에 충분한 입지를 갖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실제 신규 면세사업자로 선정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측은 저마다 관광객 분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다.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 예정지인 용산 아이파크몰(왼쪽)과 여의도 63빌딩(오른쪽). (사진제공=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용산에서 시작하는 호남선 KTX와 경춘선 ITX 등 광역 철도망을 이용해 수도권으로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각 지방으로 확산시켜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써 대한민국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포함해 63빌딩 자체 관광 콘텐츠와 연계한 한강유람선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노량진수산시장 투어, 한류스타 초청 콘서트, 여의도 봄꽃 축제, 종합병원과 연계한 의료관광 등 13개의 신규 관광 진흥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나간다.
아울러 연말에는 특허기간이 만료될 기존 서울 시내면세점 3장의 새 주인을 찾는 경쟁입찰이 기다리고 있다. 기존 면세점 사업자가 새롭게 바뀌는 만큼 서울 면세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지난 10일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전에서 고배를 마셨던 기업들이 재도전에 성공할 경우 서울 시내면세점 입지의 다양성은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강남(삼성동)을 입지로 준비했던 현대백화점과 동대문의 SK네트웍스, 홍대상권을 노렸던 이랜드 등 이번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전에 탈락한 주요 업체들의 입지 역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인근 상권 상생방안이 중요한 평가요소로 작용하면서 새롭게 출범할 면세점들은 '상생'형 면세점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특히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등 신규 면세점들은 지역 관광객 유치와 주변상권 활성화를 약속한 바 있어 이 지역의 새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의 경우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를 모델로 용산전자상가가 IT·전자 관광의 중심지로 부활하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 외국 관광객 대상 마케팅을 펼치고 관광객들이 면세점과 전자상가를 편하고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연결 시설을 리뉴얼하고 노후된 상가의 개보수도 지원한다.
한화갤러리아는 노량진수산시장의 활성화와 함께 중소기업 상생 프로젝트를 펼치게 된다. 우선 63빌딩 면세점의 1개층 전체를 100개 이상의 국내 중소·중견 브랜드 구성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판로 개척에 일조하고, 2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유망 중소기업 판로 개척 지원 '히든챔피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중소·중견 면세사업자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상생정책을 실행할 예정이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