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의 위기다.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고 추진했던 핵심 신사업들이 잇따라 고배를 마시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기존 주력사업이었던 상사와 에너지 부문의 수익성이 날로 하락함에 따라 렌터카를 포함한 ‘카 라이프(Car Life)’와 ‘면세점’, ‘패션’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적으로 시장에 뛰었지만 줄줄이 실패의 쓴 맛만 보고 있다.
가장 큰 손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진 면세점 특허권 획득 실패다. SK네트웍스는 서울 동대문에 시내면세점을 유치하려고 나섰지만 지난 10일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에 밀려 낙방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2월 렌터카 1위 업체 KT렌탈 인수전에서도 뛰어들었지만 막판 롯데그룹의 통큰 베팅에 덜미가 잡혔다. 경쟁 기업에 2연패를 당한 처량한 처지다.
업계는 SK네트웍스의 잇단 실패의 원인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재를 지목한다. 오너의 과감한 결단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수·입찰전에서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이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것이 패착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SK네트웍스가 서울 광장동 'W서울워커힐호텔'에서 운영 중인 워커힐면세점 지하 1층 매장 입구. 워커힐면세점은 오는 11월16일 운영권 특허기간이 만료된다. (사진제공=SK네트웍스)
앞으로의 현실은 더 위태롭다. SK네트웍스가 수십년째 운영하고 있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에 대한 운영권 특허기간이 오는 11월16일 만료돼 오는 9월부터 후속 사업자 선정이 이뤄진다. SK네트웍스로서는 남아있는 시내면세점을 지켜내야 하는데 이 마저도 결코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경쟁업체에 뺏길 수도 있다.
지난 10일 시내면세점 입찰전에 실패한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거물들이 눈에 불을 켜고 ‘패자부활전’에 임할 것은 자명하다.
연말에 선정되는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상위 3개 기업에게 각각 1곳씩 쥐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 1장씩 개별적으로 심사해 면세특허권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면세점 유치 희망 기업들은 3곳의 후속사업자에 모두 지원할 수도, 한 곳만 지원할 수도 있다.
업계는 다수의 기업이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을 피해 워커힐면세점의 후속 사업자 자리에 도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면세점 2곳은 지난해 무려 약 1조9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소공동 본점과 롯데의 ‘심장’격으로 불리는 잠실 월드타워점으로 롯데의 방어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이 올 초 “소비재 사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시내면세점 운영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만큼 연말 워커힐면세점 운영권마저 놓치게 된다면 가장 중요한 신 성장동력을 잃게된다. 현재 SK네트웍스는 경영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