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린 강남권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상반기에만 2만건이 넘는 월세 계약이 체결되며 서울 전체 평균 월세 거래 대비 두 배가 넘는 거래량 증가세를 기록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과 서초, 송파의 강남 3구 월세 거래량은 총 2만66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6%나 증가했다. 이는 서울 전체 월세 거래량 증가폭인 10.1%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 기간 서울과 강남3구 전세 거래량은 각각 1.9%와 4.1%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가장 최근인 지난 달에는 거래량 증가폭이 더욱 컸다. 서울 월세 거래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23.3% 늘어나는 동안 강남3구는 무려 60.4%나 급증했다. 강남3구 월세 거래량은 지난 2월 26.3%, 3월 25.3%, 4월 31.2%, 5월 25.9%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대표적 아파트 밀집지역인 송파구 잠실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서 물건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면서 재계약 시점이 돌아온 집주인들은 대부분 월세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대표적 아파트 밀집지역 가운데 한 곳인 송파구 잠실 모습. 사진/김용현 기자
재건축 이주수요도 강남권 월세 거래량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이정찬 가온AMC 대표는 "하반기 강남 3구에서는 줄줄이 재건축 이주가 예정돼 있어 이사를 해야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전세물건은 갈수록 줄어들면서 세입자보다 집주인들이 우위에 있는 시장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로 강남권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전세를 선호해도 물건이 없는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강동구를 중심으로 몰려 있던 서울 재건축 이주 수요는 하반기 강남3구에서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서울시 집계 결과 하반기 강남3구 재건축 이주 단지는 송파 1890가구, 서초 1290가구, 강남 898가구 등 4000가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내년 초 예정 단지들의 사업 속도가 빨라질 경우 연내 이주 수요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6월 강남3구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5.1%에서 지난 달 38.4%로 13.3%포인트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