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005490)가 독해졌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15일 임원진 대폭 물갈이는 물론 100% 경쟁 입찰 추진, 순혈주의 타파 등을 골자로 하는 혁신포스코 2.0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최근 검찰수사에 따른 국민신뢰 상실을 회복하기 위해 윤리경영을 최우선 경영가치로 삼겠다는 다짐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발표한 혁신포스코 2.0이 ‘벼랑 끝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권 회장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지난 두 달간 비정상적 업무관행과 문화를 정상화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종합적인 쇄신방안을 고민하고 검토했다”며 “경영 전 과정을 철저히 재점검했으며, 각계각층의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종합해 강도 높은 쇄신방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기업설명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이날 포스코가 발표한 혁신포스코 2.0은 지난해 3월 권 회장이 취임 직후 내놓았던 혁신포스코 1.0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지난 5월4일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한 이래 72일 만에 발표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 순위로 정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횡령, 금품수수 등 일부 임직원의 비윤리적인 행위로 인해 포스코그룹 전체의 대외신뢰도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비윤리 행위 중 금품수수, 횡령, 성희롱, 정보조작 등은 지위고하와 경중을 따지지 않고 한번 위반으로 바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거래, 납품, 외주, 인사 등에 청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100% 경쟁, 100% 기록, 100% 공개 등 3대 100%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과거 갑질 문화에 대한 오명을 이번 기회를 통해 말끔하게 씻어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74% 수준인 경쟁조달비율은 2017년까지 90%를 넘기고, 2018년 에는 99%까지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외주파트너사의 경우도 경쟁가능 조건이 갖춰지면 100% 경쟁계약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외주파트너사의 선정이 경쟁 계약방식으로 전면 바꿔지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했던 각종 잡음과 오해가 대폭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 회장은 “직접 경영해보니 포스코 내에 구조적인 불합리가 있었다”며 “혁신포스코 2.0 마련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윤리경영”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품수수, 횡령, 성희롱, 정보조작 등 4대 비윤리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용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제안과 검토, 승인 담당자들을 명시하는 투자실명제를 강화해 투자의 안정성과 효율성도 높인다. 시작은 물론 결과까지 전 과정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투명하게 드러나게 하고, 결과에 대해서 분명히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성공 보상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과거 투자실패와 경영부실에 관련된 임원들에 대해서도 이번에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사업 추진 검토 시 계획과 달리 흑자 달성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일관제철소 사업과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세간의 구설이 되고 사법 당국의 수사대상이 되고 있는 성진지오텍 인수 등과 관련해서는 결과에 대한 포괄적 책임 차원에서 문책이 불가피했다.
이번에 인사 조치된 임원은 퇴직 25명을 포함해 총 43명으로 투자실패, 경영부실 책임과 함께 일부는 그룹사 전체 쇄신을 위해 용퇴하는 경우도 포함됐다.
특히 포스코그룹 전반의 구조조정을 기획하고 주도해 온 가치경영실도 대거 물갈이됐다. 가치경영실장에 최정우 대우인터내셔널 기획재무부문장(부사장)을 선임했다.
지난달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논란으로 경질된 전임 조청명 부사장은 포스코플랜텍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또 조용두 가치경영실 경영진단담당 상무는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전무)으로, 오숭철 가치경영실 상무는 포스코그린가스텍 경영전략본부장(상무)으로 옮겼다.
이와 함께 순혈주의 타파도 천명했다. 외부 인사는 당장 CEO급보다는 임원급을 영입해 내부 인사들과 경쟁해서 CEO로 성장하도록 할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능력과 경험을 보유한 현지인들이 주요 간부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