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에서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여부를 결정짓는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임시주총을 하루 앞두고 법원이 삼성을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 성사에 힘이 실린 분위기다. 하지만 막바지까지 소액주주들의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삼성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하루 전날 법원이 헤지펀드 엘리엇이 낸 가처분 소송 항고심에서도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합병안 통과가 탄력을 받았다.
특히 이번 합병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관문으로 재계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합병 성공을 자신하고 있으면서도 주총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말을 아끼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임시주총을 하루이틀 앞두고 찬성의사 표가 이어지고 있어 분위기가 좋다"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임시주총 막바지까지 한 표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는 언론 광고를 대대적으로 게재하고 있으며, 임직원이 직접 소액주주를 찾아가 대면 설득도 진행해 왔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도 지난 15일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들의 한 표 한 표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합병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경영할 것이기에 확신을 갖고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특수관계인 지분(13.82%)과 백기사로 나선 KCC 지분(5.96%), 국민연금 지분(11.21%)까지 합쳐 30.99%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교직원공제회(0.45%), 사학연금(0.34%), 공무원연금(0.08%) 등이 잇따라 찬성 의사를 나타냈으며, 삼성물산 지분 0.13%를 보유한 KTB자산운용도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변수는 외국인주주와 소액주주의 지분이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3분의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주주들의 주총 참여율이 70%일 경우 46.7%가 찬성, 80%일 경우 53.5%가 찬성을 해야 합병이 가결된다. 때문에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합병 성사가 판가름이 나게 된다. 엘리엇은 주총 막파지까지 자료를 배포해 소액주주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주총은 17일 오전 9시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다. 제일모직도 같은 시각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컨퍼런스홀에서 주주총회를 연다.
삼성물산의 이번 주총 결의사항은 ▲합병계약서 승인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 ▲중간배당을 하도록 결의할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중간배당을 현물로도 할 수 있게 하는 정관 개정 등 세 가지다. 제일모직 주총에서는 합병계약 승인 외에 합병존속법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건이 안건으로 올라 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