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으로 내놓은 한국투자공사(KIC)의 중소 연기금 등 투자 기금 다변화 추진안에 대한 국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기재부는 지난 15일 '정부, 한국은행, 기금관리주체 이외의 기관도 KIC에 자금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위탁자산의 조기 회수 제한, 구분 운용 등 경직적 운용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의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이는 지난 6월 발표된 정부의 2015년도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 담긴 해외투자 활성화 대책의 후속 조치로 한 기재부 관계자는 "중소 연기금들의 저조한 해외투자 실적, 중복 투자 문제가 있었는데 해외투자는 자산운용 규모가 클수록 이점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실현 측면에서 해외투자에 전문성이 있는 KIC에 위탁할 수 있게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중소 연기금 외에도 군인공제회 등 공제회 자산도 KIC가 위탁 받아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입법예고안에 대한 국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국회 기재위 소속 김현미 의원실 관계자는 "입법예고 된 개정안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투자공사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외화보유액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것인데 개정안에 따르면 그 설립 취지가 바뀌게 되고, 성격이 완전히 다른 기금을 들여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위탁기관 선정 자체를 법에 넣지 않고 시행령 개정사항으로 넣어 놨다. 그렇게 되면 무엇이 어떻게 추가돼도 얼마든지 추가 할 수 있게 된다. 투자공사는 공사의 볼륨을 키우려고 하고 기재부 입장에서는 본인들 산하 기관이니까 그런 부분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는 못 해준다”라며 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 기재위 위원장 정희수 의원(새누리당)도 “일단 KIC의 본래 취지와 배치되고 나중에 상임위에서 논의가 되겠지만 KIC 사장이 문제가 돼 있는데 그것도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걸(입법예고)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 연기금 사용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연기금은 그런 데에 쓰는 돈이 아니고 잘못 건드렸다가 큰일 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KIC는 박근혜 대선 캠프 출신인 안홍철 사장이 트위터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및 야당 인사들에 대해 원색적인 비판글을 올렸던 사실이 드러나며 기재위 파행의 원인이 되는 등 정치적 시비에 휩싸여왔다.
KIC 폐지법안 발의 논의와 여야를 가리지 않는 물밑 사퇴 요구에도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국회는 지난 4월 ‘안홍철 사장 취임 이후 고유자산을 이용한 부동산 투자, 위탁투자운용세칙 운영, 각종 대체투자 사업의 수익성과 리스크 검증 등에서 문제점이 제기됐다’며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제출했고 지난 5월 본회의 처리됐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본감사는 이번 달에 끝날 것 같고 그걸 정리해서 빠르면 다음 달 안에 감사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