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1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결과적으로 합병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의 합병반대 공격은 국내 대기업을 향한 시장의 견제가 본격화했음을 보여준 사례로 보고 경종의 메시지로 삼아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황영기 회장은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7일 두 회사의 합병은 일단 통과돼야 한다. 일단 삼성을 도와 헤지펀드 공격을 막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너 지분율이 낮은 재벌 회사를 헤지펀드가 공격해 무너지면 재벌들이 앞으로 투자, 성장, 고용 대신 지배력 강화에 총력을 쏟으려고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다만 지배 주주의 이익을 위한 행위에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이 대단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가 대기업에 분명하게 전달됐다"며 "중요한 경고 메시지가 간 것"으로 해석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주 친화적인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소액주주, 외국인 주주를 위한 배당 정책이나 주주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국내 대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이 안 될 정도로 형편없는데 이는 곳 주주들이 불만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 공격이 자본시장을 성숙시키는 '위장된 축복'(disguised blessing)이 될 수도 있다고도 전했다. 그는 "엘리엇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을 받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이 부족한 것"이라며 "대기업에게는 중요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주주친화적 정책을 기업들이 많이 써서 자본시장의 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이 오르고 코리아디스카운트 또한 해소되길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황 회장은 자산운용업계가 15년 후 금융투자산업의 중심에 설 것이란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자산운용업은 2030년까지 연 10%가량 성장하는 유일한 산업"이라며 "오는 2030년에는 금융투자업계가 운용하는 자금이 지난해 말 현재 1059조원에서 430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같은 기간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시장은 190조원에서 1500조원으로 늘고 375조원 펀드 설정액은 1000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전체적인 운용규모나 수익성, 참가 기관의 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모든 측면에서 앞으로 15년 내에 금융투자산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국민연금의 사업 내용, 퇴직연금, 해외투자, 자산운용사 수익률 등이 시장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