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 프로야구 전설' 김응용(74) 전 감독의 인생 2막은 많은 사람의 축복으로 시작됐다. 김 감독은 뜻깊은 자리를 마련한 후임 지도자들과 야구인들을 향해 애틋한 마음을 표하는 한편 충고의 말도 남겼다.
김 감독은 18일 저녁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감사패를 받고 시구를 했다. 또한 나눔 올스타팀의 1이닝 명예감독을 맡았다. KBO리그 전·현직 감독들이 이렇다 할 공식 은퇴식 없이 리그를 떠났던 김 감독을 위해서 직접 마련한 특별 행사다.
김 감독은 KBO리그 정규시즌 통산 2935경기에 출장해 1567승 68무 1300패란 독보적 기록을 남겼다. 또한 한국시리즈 최다(10회) 우승의 위업도 이룬 바 있다. '한국 최고 감독'이란 찬사가 아깝지 않은 기록이다.
그는 1회말을 마친 후 열린 간단한 기자회견도 참석했다. 다음은 김응용 감독님의 일문일답.
◇김응용 감독이 18일 저녁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올스타전 경기 시작 전 시구한 후 야구인과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후배들이 이처럼 의미있는 행사를 열어줬다. 소감은.
▲한 마디로 미안한 생각이 든다. 현역(감독) 때 따뜻한 말 한 마디도 없이 맨날 다그치기만 했는데 후배들이 좋은 자리를 마련해줬다. 고맙다.
-시구 직후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향후 계획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겠다. 유니폼 벗은 지 한 해도 안 됐는데 그간 고생을 꽤 많이 해서 충전하는 중이다. 여러가지 구상을 하고 있지만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올시즌 야구를 보는지. 본다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솔직히 안 봤다. 야구에 '야'자만 나와도 긴장이 되기에 될 수 있는 한 안 보려고 한다. 농사나 짓고 다른 TV 프로그램도 안 보려 애를 쓴다.
-1이닝 감독을 하면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현역 감독들에게 당했다. 올스타전은 비디오판독이 없더라. 항의해야 한다고 감독들이 이야기해 나갔다. 심판이 '그것도 모르고 나왔냐'고 핀잔을 줬다.(웃음)
-시구 때 차를 타고 나와 곧 공을 던졌다.
▲공이 끝까지 갈까 싶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선수 출신의 야구인인데, 땅볼 나올까봐 어떡하나 싶어 걱정됐다. (웃음) 공은 조금 높았다.
-이런 행사를 앞두고 많이 설렐 것도 같은데 어땠나.
▲어제부터 잠이 안 왔다. 여러 생각을 했다. 후배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나, 선수들이 무슨 말을 해줘야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만나서는 무엇을 이야기해줬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못하고 "반갑다"란 얘기만 했다.
-최다승 감독으로 후배 감독들에게 전해주고픈 노하우나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은.
▲최다승 감독은 오래 하나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내 자랑 하나 해도 되나. 그간 한국시리즈 10번 우승한 것이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을 하면서 최고의 투수와 타자 한 명씩을 꼽으면.
▲투수는 역시 선동열이 가장 좋았다. 타자 중 삼박자 다 갖춘 선수는 이종범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가장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감독 하면서 잊지 못할 장면.
▲역시 뭐든지 처음이 좋은 것이다. 해태(타이거즈)에서 처음 우승한 것, 삼성(라이온즈)에서 첫 우승한 것, 그 때가 기억난다. 그 때가 선수나 시민 다 가장 감격스러워하더라.
-프로야구 발전을 지켜본 산 증인이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팬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하는데, 정신력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옛날에는 내일을 생각 안 하고 오로지 '오늘 이 경기'를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나이를 먹어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좀 더 파이팅했으면 좋겠다.
-유소년 야구를 위해서 많은 힘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야구를 하면서 밥을 먹고 살았는데, (유소년 야구를 위해 힘을 쓰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이 안 돼 10원이라도 아껴서 도와줘야 하는데, 돈이 정말 귀하다는 것을 지금 느끼고 있다. 줄 곳은 많은데 돈은 없다.
◇김응용 감독이 18일 저녁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올스타전 경기 시작 전 시구한 후 이호준(NC)에게 공로패를, 이승엽(삼성)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수원=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