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농업개혁 조치인 ‘포전담당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은 극심한 가뭄에도 불구하고 곡물 증산을 이룬 것은 포전담당제의 성과라고 선전하는 한편, 이 제도의 한계도 인정하면서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포전은 일정한 크기로 나눠 놓은 논이나 밭을 뜻한다. 포전담당제는 북한 협동농장의 말단 조직인 ‘분조’를 기존 10~15명에서 가족 규모인 3~5명으로 축소해 포전을 경작하도록 한 것으로 개인영농제로 이행하는 전단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970년대 말 중국이 농민에게 농지 점유권을 허용하면서 가족 중심의 농사를 짓도록 한 농가생산책임제와 유사하지만 북한에서는 협동농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 다르다.
포전담당제는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가 사라진 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012년 6월28일 ‘우리 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담화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이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됐다고 알려진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이 제도의 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북한 농업과학원 농업경영연구소의 지영수 실장은 지난달 28일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 인터뷰에서 “지난 시기 분조에서 모내기 등에 20~30일 걸리던 것을 지금은 10~15일에 해제끼고, 50여일 걸리던 농사결속(마무리)을 열흘에 끝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 실장은 “농장원들의 높아진 생산 열의는 제도를 실시하기 전에 비해 노력가동률이 95% 이상으로 올라간 것만 보고도 알 수 있다”며 "지난해 왕가뭄이 들이닥친 불리한 기후 조건에서도 알곡증산을 이룩했다"고 강조했다.
지 실장은 "제도 실시로 협동농장에서 사회주의 분배 원칙과 인연 없는 평균주의가 퇴치되고 분배몫(개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몫)과 국가수매량도 늘었다"며 "이러한 경험에 토대해 올해 전국 모든 협동농장에서 제도를 실정에 맞게 더욱 심화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과 올해 최악의 가뭄에도 불구하고 20년 전 대규모 기아 사태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유가 포전담당제 때문이라는 분석은 최근 일부 외신에서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0일 "포전담당제가 실시되는 현실은 제한된 기술 역량만으로는 농작물 가꾸기를 진행할 수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신문은 ‘농약치기’ 작업을 예로 들며 이 제도의 한계를 설명했다. 과거 일부 기능공만이 했던 농약치기 작업을 포전담당제 실시 후 대다수 농민들이 처음으로 하게 되면서 분무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농약을 허비하거나 벼에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보완책은 교육이다. 신문은 황해도 안악군 대추협동농장이 올해 불리한 날씨에서도 모내기를 7일이나 앞당겨 끝내는 등 연일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며, 모든 농민들이 기능공 수준의 현대 농업기술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매일 아침 30분 이상 기술학습을 실시한 것이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포전담당제의 또 다른 문제는 농민마다 일솜씨가 달라 자칫하면 농사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해법은 집단주의의 장점을 융합하는 것이다. 안악군 대추협동농장에서는 자신이 책임진 포전만이 아닌 타인 포전의 작업까지 도와주는 집단주의의 위력을 도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모든 농장원들이 자기 포전뿐만 아니라 분조와 작업반의 주인이 될 때 당면한 영농작업에서 혁신을 일으킬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독려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 5월 말 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