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알뜰폰(MVNO)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해외 비통신 사업자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눈에 띄고 있다. 이들은 오는 IoT(사물인터넷) 시대에 필수적인 ‘모바일 연결성’ 확보 수단으로서 알뜰폰 사업에 주목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 1000여곳의 알뜰폰 사업자들은 약 1억3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시장조사기관 OVUM은 알뜰폰 시장이 향후 5년간 연평균 18%씩 증가해 2019년 3억1300만명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전체 이동통신시장 성장률이 4% 내외임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성장속도다.
글로벌 MVNO 가입자 지역별 성장 전망. 자료/OVUM(2015)
국내 알뜰폰 시장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2012년 8월 도입된 이후 지난 5월 전세계 최단기간에 500만 가입자수를 돌파했다. 전체 이동전화 시장의 8.8%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를 이어가고자 정부는 최근 ‘제3차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글로벌 MVNO 시장 현황 : 진화하는 MVNO’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일본·중국의 사례를 들어 향후 알뜰폰 시장의 방향을 모색했다. 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기존에 통신업에 관심이 없던 제조업체나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이 IoT 시대를 대비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단순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서비스, 혁신적인 수익모델들이 시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알뜰폰 시장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70여개 사업자가 있으며 이용자는 3500만명 규모다. 특히 대형 비통신 사업자들이 이용자 편의 확대를 위해 알뜰폰을 활용하는 서비스 모델이 두드러지는데, 2007년 아마존이 킨들을 출시하면서 스프린트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체 통신서비스 ‘위스퍼넷’으로 별도 통신 접속료 없이 전자책 다운로드를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이보다 통신서비스 성격이 짙은 알뜰폰 서비스 ‘프로젝트 파이’를 시작해 구글 생태계 강화에 나섰으며,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선불 SIM 사업을 전개하면서 글로벌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지향하고 있다.
일본은 총무성이 적극적인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편 결과 올해 3월 가입자수가 전년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3045만여명을 기록했다. 전체 이통시장의 17.2% 비중이다.
주도 사업자는 NTT도코모, KDDI 등 기존 이통사들이지만 전자제품 제조사들의 활발한 시장 진입도 특징적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통신서비스가 아니라 SIM이 탑재된 다양한 가전제품을 통신과 수직결합형태로 판매해 선제적인 IoT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파나소닉은 알뜰폰 사업자인 IIJ가 NTT도코모 망을 통해 서비스 기반을 구축하고 파나소닉이 관련 설비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알뜰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체 프로젝터나 보안 카메라 등에 무선 네트워크 기능을 통합시켜 IoT B2B 사업을 계획 중이며, 이미 자체 노트북에 LTE SIM을 탑재한 렛츠노트를 판매하고 있다.
중국의 알뜰폰 가입자수는 470만명 규모로 한국과 유사한 초기 시장 단계다. 지난 5월 기준 총 42개 사업자가 중국 정부로부터 알뜰폰 라이선스를 받았는데 대부분 이커머스, 휴대폰 제조사, SW, 미디어, 게임사, 항공사 등 ICT 유관 사업체다. 알리바바, 샤오미, 폭스콘, 유쿠 등의 유수 사업자들도 이에 해당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기대되고 있다.
이 중 알리바바는 지난해 6월부터 자체 통신 브랜드 ‘알리텔레콤’을 통해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20만명 규모의 가입자를 확보한 알리텔레콤은 지난 1월 와이파이 핫스팟을 부분적으로 무료 제공하는 ‘타오 와이파이’를 발표하며 가입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향후 알리바바의 이커머스 역량, 알리페이 등과 결합한 O2O 사업 전개도 전망되고 있다.
최근 미국, 일본, 중국의 MVNO 변화 비교. 자료/KT경제경영연구소
한편 국내 알뜰폰 시장은 CJ헬로비전과 이마트 등 대기업을 비롯해 SK텔링크, KT M모바일, 미디어로그 등 이통사 자회사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중소사업자를 포함해 27개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6곳에서 올해 10곳으로 늘어난 우체국 알뜰폰 위탁판매 사업자들이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저가 요금제를 경쟁력으로 이통 시장의 합리적 대안으로 꼽히고 있지만 미국·일본·중국 사례와 비교하면 아직 국내 알뜰폰은 기본 통신서비스 제공에 그치고 있다. 기존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IoT 초기 사업에 착수했지만 알뜰폰 활용 사례는 눈에 띄지 않는다. 현 알뜰폰 업체들이 직접 IoT 사업에 뛰어들기엔 아직 본 사업 자체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등 알뜰폰 시장에서도 데이터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다양한 서비스 결합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제4이동통신’ 사업자 등장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고착화된 기존 이동통신 시장 판도 변화와 더불어 IoT 등 신사업 개척을 위해 역량있는 ‘제4이통’ 사업자가 등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앞서 “제4이통이 진입해 알뜰폰 사업자에 저렴한 도매대가로 망을 임대하면서 M2M, IoT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알뜰폰이 요금수준 하향을 촉발하면서 IoT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시장이 점유율 10%를 달성하면 내년 쯤 사업자 간 인수합병(M&A) 등이 촉발돼 중간 정체기를 거칠 것”이라며 “사업자 재편 후 알뜰폰 시장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