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 팀의 수장으로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부임한 이래 가장 젊은 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달 1~9일 중국 우한에서 열릴 동아시안컵 출전 선수 명단(23명)을 발표했다.
한국·일본·중국·북한 등 총 4팀이 참가하는 이번 동아시안컵에는 유럽 리그에 속한 선수들 대신 K리거나 일본(J리그)과 중국(슈퍼리그)서 뛰는 동아시아 리그 선수들이 대거 발탁됐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울리 슈틸리케(Uli Stielike)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최종 엔트리 발탁 배경은.
▲세 번째 골키퍼(구성윤·21)를 젊은 골키퍼로 선발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목적이 있다. 23명의 선수 중 18명이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선수들이다. 내가 부임한 이후 가장 젊은 대표팀이라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 중국이나 북한은 최상의 전력으로 나온다. (우리 팀은) 이런 강한 상대를 만나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어린 선수들을 위주로 살펴본 K리그의 느낌은 어떤가.
▲일본은 모든 선수를 J리그 선수로 채웠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아쉽다. K리그에 젊고 경쟁력 있는 선수가 많이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다.
-김신욱이 처음 발탁됐다. 활용법은 무엇인가.
▲김신욱은 꾸준히 지켜봤던 선수다. 작년 아시안게임 부상 이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올해 초까지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봤던 결과 체력적으로 문제 없고 올해 벌써 8골을 넣은 점도 선발에 긍정적 요소로 평가했다. 이정협과 함께 쓰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더 해봐야 한다. 어떤 것이 팀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이용재와 이종호, 김승대가 미드필더로 분류됐다. 측면 자원 활용에 대해 설명해달라.
▲고민이 많다. 두 가지 고민을 했다. 첫 번째는 풀백 자원 중 공격 능력을 가진 선수를 미드필드로 올릴지 고민했다. 하지만 공격 능력이 어떤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올려서 쓰는 데는 부담이 있었다. 두 번째는 공격수 중에 손흥민, 이청용 같은 측면 공격수는 아니지만 때로는 측면에서 출전했던 김승대, 이종호 등 이런 선수들을 측면으로 활용하려 했다. 문제는 이들이 수비적인 측면을 해결할 수 있느냐다. 결국 후자를 택하게 됐다. 이들의 공격적 능력을 활용하겠다.
-이찬동이 최초로 발탁됐다. 이찬동의 어떤 점을 보고 선발했나.
▲이찬동을 선발하느냐, 최보경을 선발하느냐 끝까지 고심했다. 지난 대표팀 명단에는 최보경을 발탁했다. 그런데 최근 지켜본 결과 최보경은 기존의 모습과 다른 경기력을 보였다. 그래서 이찬동을 선발했다.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그런데 들어오는 문도 열려있고 나가는 문도 항상 열려있다. K리그에서 어떤 모습, 어떤 경기력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한 선수를 중심으로 대표팀을 선발하려 한다.
-6월 명단에서 "염기훈의 나이를 보며 고민을 했다"라고 말했지만 선발했다. 이번 명단에서 선택이 달라진 것은 어떤 이유가 있는지.
▲지금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는 87년생 김진현이다. 88년생도 두 명 있다. 두 선수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은 염기훈뿐만 아니라 다 배제를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활약을 할 수 있을지를 점검할 것이다. 염기훈의 좋은 모습은 잘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쉽지 않다는 생각인지라 그를 뺐다.
-젊은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은.
▲이번 명단에 뽑힌 선수 중 8명이 지난 해 아시안게임에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이 선수들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유럽파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인가.
▲일부 선수의 공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대표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고의 선수들의 팀이라도 최고의 팀워크가 안 나올 수 있다. 이번에 선발한 선수들은 '하나의 팀'이 될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다. 젊고 경험이 없지만 이 선수들로 최고의 전력을 꾸리겠다.
-한일전을 통해 월드컵 때 패배를 안긴 바히드 할릴호지치(63) 감독과 만난다.
▲축구는 복수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면 철학과 색깔을 잃게 된다. 항상 그 점을 조심해야한다. 과거가 어쨌든 간에 지금 현재 상황에서 가장 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
-혹시 '한일전'에 대한 의미를 아는지.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일본이 만약 이 대회를 꽤 중요하게 생각을 했다면 29일 J리그 경기를 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일본이 아마 가장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 다음이 우리 대표팀이다. 중국과 북한은 넉넉히 준비할 수 있다. 한일전의 중요성에 대해 물어봤는데 일본과 상대를 하던 우루과이를 상대 하던 중국을 상대하던 우리는 우리의 것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승률을 본다면 긍정적 기록들이 계속 나오는데, 올해 좋았던 대표팀 모습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 내용을 중시한다고 했지만 어쨌든 대회에 참가하니까 대회의 목표는 있을 것이다. 이번 대회의 목표는.
▲첫 경기를 치르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 보려고 한다. 첫 경기가 중국전이다. 중국에서 최상의 전력으로 나오는 중국 대표팀과 겨루게 된다. 동일한 날 나머지 팀 경기를 분석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첫날 경기 이후 결정될 것 같다.
- 동아시안컵은 3경기의 풀리그로 치러진다. 경기수가 적고 토너먼트가 없어 3경기에 승부를 봐야 한다. 이번 대회에 대해 승패에 중점을 둘건지, 선수의 많은 활용을 통해 이들을 점검하고 많은 선수들의 전력상 가능성을 볼건지, 어느 쪽에 중점을 둘건지 궁금하다.
▲(취재진에게 '여러분들은 어떤 것이 더욱 중요하냐고 보느냐?'라고 질문을 먼저 한 뒤) 젊은 팀으로 나갔는데 어린 선수들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긴 한다. 그러나 취재진들은 대회 성적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나도 이런 점은 잘 알고 있다. 내가 생각 없는 감독은 아니기에, 리스크를 가져가되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좋은 대회를 펼치도록 하겠다. 지도자로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발탁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일본의 예비 명단과 우리의 예비 명단을 보면 일본은 그래도 J리그 선수들로 명단 다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리그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해 아쉽다. 젊고 경쟁력 있는 선수들이 K리그에 많이 남아있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