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 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2년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6원 오른 1152.1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15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3년 7월8일 이후 2년만에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 시간별 변동추이. 자료/대신증권
이날 환율은 대체로 1150원 위에서 움직였다. 장 초반에는 1150원 초반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다 오후 결제수요와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인 점도 원화 약세를 이끌었다.
특별한 상승요인은 없었으나 그리스와 중국발 불안이 소강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졌다.
지난 15일 자넷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경제가 예상대로 순조롭게 성장할 경우 연내 적당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주택착공건수도 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달러 강세의 요인이었다.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지난달 22일 1098.8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한달여만에 50원 이상 올랐다. 4월말 1060원대까지 하락했던 것과 비교해서는 두달반 사이 90원이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환율의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1200원선을 돌파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인 상승 속도도 다소 완만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다음주 미국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달러가 지지를 받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매도가 이어지면서 환율의 하방지지력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재료가 많지 않고 월말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이 대기하는 점을 고려하면 1140~1160원에서 완만한 속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언 유진투자선물 연구원도 "최근 채권시장에서 4거래일 연속 자금유출이 일어나는 등 외국인의 주식·채권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환율의 점진적인 오름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에 따라 달러 수요가 유발되고 수출부양을 위해 원화약세를 용인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상승세는 중기적인 관점에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다만 정부가 원화 약세를 용인하더라도 외부에서 위기로 비춰지는 레벨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200원 전에는 강한 개입이 나오며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