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최근 부패·비리 등의 의혹을 받다 끝내 회장직 사퇴를 밝힌 제프 블래터(79·Joseph Sepp Blatter)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후임자를 뽑는 선거의 윤곽이 슬슬 구체화되고 있다. 선거일이 결정됐고, 선거에 나설 후보도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그동안 꾸준하게 거명됐던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도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 뜻을 공식화했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20일 스위스 취리히서 집행위원회 정례회를 개최한 가운데 영국 유명 코미디언인 사이먼 브로드킨이 최근 FIFA 부패에 항의하는 뜻에서 블래터 회장에게 가짜 지폐뭉치를 던져 회견이 잠시 중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로이터통신)
FIFA는 20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진행한 집행위원회를 통해 블래터 회장 후임을 뽑는 선거를 내년 2월26일에 치르는 것으로 결정했다. 차기 선거 불출마 의사를 표명한 블래터 회장은 앞으로 7개월여의 임기만 채운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 5월29일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선 나흘 만에 사의를 표했다. 선거 전부터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측근을 연신 체포해 FIFA에서의 비리 의혹을 수사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제껏 FIFA 전·현직 간부와 스포츠 마케팅 회사 관련자를 비롯 20여 명이 기소됐다.
수사기관과 언론을 통해 점점 밝혀진 블래터 회장과 측근의 비리에 세계 축구 팬들이 블래터에게 등을 돌렸던 것도 사임의 주된 원인이 됐다.
현재 FIFA 차기 회장에는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유력한 인물로 평가된다.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인정받는 유럽의 축구 수장인 그는 의혹에 싸인 블래터를 적극 공격해 생긴 이미지 등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다만 플라티니 회장은 출마 여부를 함구한다.
이밖에 지난 5월 열린 선거의 낙선자인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FIFA 전 부회장), 세이크 아마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 남미의 축구 스타인 코임브라 지쿠와 디에고 마라도나 등 국제 축구계의 인사도 거명돤다.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인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사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News1
이같은 상황에서 그동안 '심사숙고' 입장을 지키던 정 회장이 드디어 연합뉴스·문화일보 등을 통해 "FIFA에 새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서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설 것임을 선언해 주목된다.
그는 해당 보도를 통해 "개혁의 대상인 제프 블래터 회장이 내년 2월 말까지 선거관리를 하며 개혁안을 만들겠다는 것은 정신을 못차린 것"이라고 FIFA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유럽이 세계 축구의 중심이다 보니 아시아 사람이 FIFA 회장을 할 수 있느냐는 시각이 있다"면서 "FIFA 수장을 유럽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조직이 부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정 회장은 현재 FIFA의 현 상황과 해결 방법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FIFA가 부패했다는 점"이라면서 "FIFA의 제도적 투명성 강화, 견제·균형 작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FIFA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사람들이 아직 혼란스러워하는데 내년 선거까지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많이 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