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속철도 해외수출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잇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연결사업'에 참여할 민·관합동 컨소시엄 구성 공개 설명회를 개최했다.
120억달러(약 13조2000억원)에 달하는 이번 사업은 총 연장 324km(말레이 310km·싱가포르 14km)에 달한다. 사업기간은 건설 5년, 운영 30년을 포함한 35년으로, 이용승객 예측치는 하루 4만9000명, 연간 1800만명 정도다.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120억달러에 이르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연결 고속 철도 사업에 참여할 민관합동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설명회를 2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었다. 사진 /문정우기자
이번 설명회는 지난 3월부터 공단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시행한 자체 사업타당성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성 분석, 재원조달 방안, 국내 컨소시엄 구축 필요성 등에 대한 순으로 진행됐다. 설명회에는 국내 대형건설사와 철도시스템 제작사, 설계사, 금융사 등 약 75개 업체200여명이 참석했다.
강영일 철도공단 이사장은 설명회에서 "우리나라 철도사업의 해외진출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그 동안 철도공단은 타당성 조사나 설계·감리 등 기술적으로 해외사업에 참여해 왔다. 이제는 건설, 운영, 차량, 도시개발을 통한 토탈 패키지 형태의 투자형 개발사업으로 해외진출을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이사장은 이어 "이번 사업은 일본, 중국, 프랑스, 독일 등 고속철도 기술보유국 간 치열한 국가대항전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경부고속철도의 성공적인 운영, 순수 국내기술의 호남고속철도, 50km에 달하는 대심도 터널 건설 등 최근 우리나라 건설 경험과 기술력, 노하우, 창의성을 바탕으로 민·관이 적극 협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대단위 프로젝트 사업은 정부 재정사업이라기보다는 PPP나 시공자 금융 요구사업이어서 고속철도 사업은 국가대항전이라 할 수 있다"며 "또 최근 모든 프로젝트들은 금융이 없으면 어렵다. 이번 사업도 국내 금융 파트에서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말레이시아 고속철도 사업은 민관협력사업(PPP)으로 발주될 예정인 만큼 사업수주를 위해 그 동안 추진되던 공공기관 주도가 아닌,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구성된다. 이데 따라 철도공단은 참여의사를 밝힌 민간으로부터 참여의향서(LOI)를 다음달 14일까지 받고 평가를 거쳐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달 말까지 국내 컨소시엄 공동추진 협약서가 체결되고, 올해 4분기쯤에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현지 기업들도 포함한 그랜드 컨소시엄 구성이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토부와 철도 관계기관들은 중동, 인도 등 철도수출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의 경우 고속철도 사업만 모두 7곳이 진행 중인 거대시장이다. 규모만 600조원에 이른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 세계 철도시장 규모는 오는 2018년에는 연간 23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중 고속철도 시장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을 비롯해 프랑스, 중국, 독일은 전 세계 고속철도 수출시장에 우리나라보다 먼저 뛰어든 상황이어서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철도 관계자들은 중국이 가격과 자금력으로, 일본은 기술력과 자금력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에는 일본·인도 공동 사업성조사위원회가 인도 정부에 신칸센 방식의 철도시스템을 제안한 상황이다. 중국도 인도의 20조원 규모 델리~첸나이 수주에도 유리한 입지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무영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일본,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가는 측면은 있다. 최근 고속철도 기술을 도입하고 적용한 것은 중국과 우리나라 뿐"이라며 "재정, 홍보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겠다. 컨소시엄 구성되면 정부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우 기자 ayumygirl@etomato.com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연결 고속철도 사업 개요. 자료/한국철도시설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