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구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우선 ‘노동개혁’을 둘러싸고 여야 대치전선이 급속히 구축되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60세 정년 연장에 맞춘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임금체계 개편’이다. 정부는 ‘일자리 확충을 위해 꼭 필요한 개혁’이라 주장하지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사용자 마음대로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고 임금삭감도 가능케 하는 개악’이라며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강력반발하고 있다.
“내년 총선 표를 생각하지 않고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총대를 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노동개혁은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될 그런 국가적 과제”라며 “노동시장의 이중적·모순적 구조를 해결하고 타파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하고, 우리 정치권과 기성세대는 역사 앞에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은 격차해소와 상생협력에 방점이 주어져야 한다”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모색하고, 청년층과 장년층의 상생을 위한 것이지 노동계의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인제 최고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 초유의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가 공공, 노동, 금융, 기업구조조정 등 4대 개혁을 제창했었다”면서 “그러나 공공개혁은 전혀 손을 대지 않았고, 노동개혁은 노사정위원회를 만들어 자율적으로 하라고 했지만 노사정위원회는 20년 가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비로소 본격적인 공공개혁과 노동개혁의 깃발을 들고 있다”며 “우리 당이 선거에서 유·불리를 떠나 시대의 소명인 공공개혁과 노동개혁을 더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된다”고 주문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필요한 일이지만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 하는 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청년실업 대책에 실패한 정부의 책임을 정규직에 돌리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일침했다.
문 대표는 “노동시장 구조 개악이 아니라 일자리 평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고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꿔야 한다”며 “양질의 일자리로 노동자의 가계소득을 높여야 소비가 살아나고 내수도 살아나서 경제가 살아나게 된다”면서 소위 ‘소득주도성장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는 성과를 낼 수가 없다.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 때처럼 사회적 대타협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정부여당에 충고했다.
한국노총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최고위원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를 향해 “최근 언행을 보면 지주 앞에선 한없이 굽신거리고 소작인들을 등쳐먹는 ‘마름’이 생각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최고위원은 “일자리는 시장이 만드는 것이고, 시장의 주체는 기업과 노동자들”이라며 “비효율성 얘기를 하면서 취업규칙을 마음대로 정부가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겠나”면서 노동문제는 노사에 맡겨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2차 총파업대회 참가자들이 ‘노동시장 구조 개악 저지’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