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다시 생각해볼 '대통령의 죽음'

입력 : 2009-05-29 오후 1:18:00
[뉴스토마토 박진형기자] 한 사람의 비극으로 끝나는 죽음이 있다. 그런 죽음은 빨리 잊혀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죽음도 있다. 죽음 이상의 무엇을 남기고 가는 죽음이 그런 죽음이다. 그 사람이 없다는 단순한 허전함과 안타까움을 넘어 그 사람이 추구했던 이상과 치열함에 감동받고 영향을 받는 죽음인 것이다.
 
김수한 추기경의 선종과 노무현 前대통령의 서거가 그렇다.
 
김수한 추기경은 평생 사랑을 실천해 온 모습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고, 가시는 순간까지 각막기증이라는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각막기증등 장기기증운동과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운동이 펼쳐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어떠한가?
 
치열하고 극적인 삶을 산 노무현 전대통령.
 
상고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를 자유롭게 만들지 못했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뽑아준 국민에게도 비판받는 대통령이었다.
 
비록 그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분명하게 갈렸지만 그의 죽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슬퍼하고 있다.
 
이런 슬픔에 분노를 더하는 일이 지금 우리 사회에 펼쳐지고 있어 고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문오는 사람들을 친노와 반노로 나누어 물세례와 계란세례를 퍼붓고, 조화를 짓밟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서울광장을 전경 버스로 둘러싼 채 접근 못하게 하고, 노제 때 서울광장을 사용하는 문제조차 우여곡절 끝에 허가해준 정권의 하수인, 대한민국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28일엔 유족측이 부탁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추도사'를 전직 대통령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불허했다. 29일 노제 때 내걸릴 '만장'도 시위를 우려해 대나무가 아닌 PVC(플라스틱)로 교체하도록 했다.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마음껏 슬퍼할 수 있는 여유조차 주지 않는 것일까?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원망하지 마라'던 노 전 대통령의 유언을 지키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답답한 정부다. 국민의 속이 썩는다. 슬픔을 다독이고 소통을 통해 갈등을 벗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처지 아닌가. 
 
고인은 '친노'도 '반노'도 원치 않을 것이다. 고인이 굳이 죽음을 택한 이유를 국민도, 정부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뉴스토마토 박진형 기자 pjin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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