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서울 명동이 조금씩 이전의 모습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 발길을 끊었던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면서 한껏 굳어졌던 지역 상인들의 얼굴도 조금은 풀어진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최근 재개된 한국 관광 상품의 첫 관광객이 입국할 예정인 8월 중순을 회복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를 비롯해 주요 항공사, 호텔, 면세점, 여행사 등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벌이는 중이다.
26일 찾은 명동 거리는 거센 바람과 비가 내리는 악조건 가운데서도 의외로 쉽게 외국인 관광객들을 찾을 수 있었다. 때때로 귀를 막고싶을 정도로 외국어가 시끄럽게 들리던 이전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거리 곳곳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중국어가 반가웠다.
명동 중심거리에서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거리가 중국인 관광객만으로 가득 찼던 메르스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며 "하지만 지난달 초보다는 확실히 거리에 사람이 늘어났고, 중국어를 쓰는 손님도 조금은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 역시 "생각보다 장사가 안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가게 정문에서 홍보를 하는 직원의 말을 들어보면, 상품 문의를 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달보다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거리를 지나다니는 한국인의 수는 메르스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된 듯한 모습이다. 또다른 노점 상인은 "한국 손님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는 편"이라며 "메르스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으면서 거리에 한국인이 늘었고, 이를 본 외국인 관광객들도 안심하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면세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다음달 중순을 관광객 회복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26일 오후 명동 중심가의 모습. (사진=이철 기자)
이처럼 명동 거리에 유커를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지만, 메르스 확산 이전인 5월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방한여행객은 75만925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41% 감소했다. 특히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던 중국 관광객이 45.1% 감소하면서 전체적인 숫자가 쪼그라들었다. 이들의 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셈이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의 6월8일~7월19일 전체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0% 가량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매출이 약 50%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해당기간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매출 비중은 50% 정도다. 내국인 비중은 40%, 일본과 기타 비중이 10%를 기록했다. 메르스 발생 직후인 5월말의 국적 비중은 중국인 70%, 내국인 25%, 기타 5%였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휴가철 등을 맞아 내국인 관광객 매출 증가가 전체 매출 감소를 어느정도 상쇄시켜주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나야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항공사, 숙박업계 등과 협력해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침체된 관광 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게끔 여러가지 방안을 마련,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003490)과
호텔신라(008770),
아시아나항공(020560)과 #호텔롯데 등이 각각 협업해 중국여행사 임원진과 언론인 등을 서울로 초청하는 자리를 가진 바 있다. 또 이들의 서울 관람 일정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일일 가이드에 나서기도 했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메르스로 인해 취소했던 중국 북경화합강원과기발전유한공사 임직원 인센티브여행 단체 3000명이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총 8차에 걸쳐 한국을 찾는다고 밝혔다. 관광공사는 방한 인센티브여행 시장의 조기 회복을 위해 오는 8월부터 한시적으로 특별지원제도를 운영한다. 기존에는 100명 이상 방한 인센티브여행 단체에 한해 공연관람을 지원했으나 10명 이상 단체에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새로 만들어진 여행 상품을 이용하는 첫 중국인 관광객들이 8월 중순쯤 한국에 방문한다"며 "이 때 방문했던 관광객들이 성공적으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면 빠른 관광객 수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 때도 예약률이 높지 않는다면 하반기 내내 고전할 가능성도 있어, '안전한 한국' 이미지를 인식시킬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면세점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다음달 중순을 관광객 회복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26일 오후 롯데면세점 명동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철 기자)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