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실적이 뒷걸음질을 하고 있어 한국경제가 성장동력을 상실했다는 걱정들이 많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당장 뾰쪽한 묘안은 없다. 특히 우리가 일본의 수출산업을 벤치마킹하며 성장해 온 것처럼 이제는 중국이 우리 수출산업을 추격해 오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이런 가운데 작년 3분기 이후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 수출경쟁력에 대한 걱정은 커지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출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판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네덜란드병’은 1959년 네덜란드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돼 통화가치가 상승(환율하락)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현상을 말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수출이 부진한데도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입이 크게 감소한 것에 따른 ‘무역지표상 흑자’가 늘고 있다. 명목상 흑자는 원화가치를 상승시켜 수출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이는 수출을 더욱 위축시킨다.
즉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소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우리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시경제 차원의 정책 재조정은 물론 산업경쟁력 제고라는 미시정책 차원의 특단대책이 절실한 때로 보인다.
지난 7월 16일 국가미래연구원은 ‘추격 관점에서 살펴본 한·중·일 수출경쟁력 변화와 대응책’을 주제로 산업경쟁력포럼 창립기념 세미나를 열어 한·중·일 3국의 수출경쟁력 변화와 상호영향 등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경제가 수출품목의 구성과 후발 국가의 추격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수출부진이 시작되었던 1990년대 초 일본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추격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기능 효율성 제고, 좀비 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 등 탄력적이고 능률적인 경제구조의 재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미래연구원
무역수지가 2012년 2월 이후 연속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불황형 흑자’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부산항 감만부두 전경.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