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 개시일이 두 차례나 미뤄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스 당국과 채권단은 지난 24일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27일로 일정을 한 차례 미룬데 이어 또 다시 하루 뒤인 28일(현지시간)로 재차 연기했다.
협상단 관계자들은 장소 선정과 보안 등의 문제로 협상 시작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보다는 정치적인 문제 등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리스의 유럽중앙은행(ECB) 채무 상환 만기일인 다음달 20일까지 협상이 마무리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26일 채권자 관계자들은 다수의 언론보도를 통해 "채권단 대표의 도착 지연과 협상 장소 변경 등으로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이거나 외교적인 문제가 아닌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채권단과 그리스 측은 협상 지연에 대한 확대 해석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다양한 추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신속히 적용할 수 있도록 추가 개혁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채권단과 이견을 보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채권단이 제시한 그리스 지원 방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리스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들어가더라도 채무가 급증하면서 재정상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나오고 있다. 개혁안에는 오는 2018년까지 그리스의 재정 흑자를 국민총생산(GDP)의 3.5%로 설정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지만 이 역시 그리스의 현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3차 구제금융은 그리스의 채무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증가시킬 것"이라며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추가 개혁을 요구하는 채권단과 긴축 이후 벌어질 상황을 우려한 그리스 간의 첨예한 입장 차가 다시 불거지면서 협상일이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그리스는 이날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에 요청한 3년간 860억유로의 구제금융 자금 외에 국제통화기금(I MF)에도 신규자금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
◇ 그리스 의회가 23일 오전(현지시간) 3차 구제금융협상 개시를 위한 국제 채권단이 요구한 2차 개혁법안에 대한 표결을 해 오전 4시(한국시간 오전 11시) 통과시켰다. 사진은 그리스 본회의에서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