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을 발표하는 가운데, 케이블TV 업계가 주장하는 ‘동등할인’이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도개선안에는 우선 시행 가능한 사안들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이용약관에 상품별 할인율 명시, 공짜 마케팅 방지책, 상품별 약정기간 조정, 위약금 이슈 등의 사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동등할인, 경쟁상황평가 등 장기 검토가 필요한 이슈들은 추후 별도 TF 등에서 논의될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최근 결합상품 논쟁의 핵심 이슈였던 ‘동등할인’은 정부의 회의적인 입장에 따라 즉시 도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등할인’이란 결합상품 항목들에 동등한 할인율을 적용하고 요금 청구시 고객에게 이를 명확하게 고지하는 것이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등할인은 각 사업자들의 영업과 마케팅 자유에 심대한 제한을 가한다”며 수용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결합판매를 구성하는 각 상품별 과도한 할인율 격차는 금지행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동등할인과 유사 개념인 ‘요금비중별 할인율 적용’이 현재 되고 있는 상품의 경우 약관 및 고지서에 할인율 명시가 필요하며, 나머지 상품들에 대해선 무료화 논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인율 격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지난주 ‘동등결합’이라는 또 다른 키워드를 시장에 던졌다.
‘동등결합’은 특정 상품을 보유한 사업자가 결합상품을 판매하면 경쟁 사업자도 같은 묶음으로 상품을 구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SK텔레콤(017670)이 자사의 모바일 상품과 SK브로드밴드의 유선상품을 결합하듯, SK텔레콤의 모바일과 타 SO의 유선상품도 동일하게 묶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는 현재도 가능하지만 협상 세부안 마련이 복잡해 지금껏 진전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동안 동등할인을 주장하던 케이블 업계와 이통사 측은 모두 ‘동등결합’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세부안 논의가 추진될 경우 적잖은 진통을 예상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동등결합은 이론적으로는 좋은 제도지만 구성 상품별 원가, 마케팅 비용, 사업자 마진 등이 명확히 산정되지 않는다면 현실화가 어렵다”며 “이통사와 SO들이 서비스를 공유함에 있어 비용구조를 투명화하기 어렵고, 투명화한다고 해도 SO들에게 합리적으로 비용이 산정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현재의 결합상품 논란을 일단락하기 위해 이통사 측에서 ‘동등결합’을 제안했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와 알뜰폰 간 네트워크 임차와 달리 동등결합에서 말하는 서비스 임차는 고객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도 민감한 문제”라며 “동등결합을 이용한 고객은 어느 사업자의 가입자로 볼 것인가도 이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동등결합은 도입 여부보다 세부적인 운영 방안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전국 케이블TV방송사(SO) 대표들이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방송시장 정상화 및 결합판매 제도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