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으로 한숨 돌린 '치인트', 앞으로 남은 숙제는?

입력 : 2015-07-28 오후 8:18:41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tvN 새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치인트>)의 여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김고은으로 확정됐다.
 
온라인을 살펴보면 '치어머니'(치즈인더트랩과 시어머니의 합성어)라 불릴 정도로 이 작품의 캐스팅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한 <치인트> 원작 웹툰의 팬들도 김고은의 캐스팅 확정에 대부분 찬성하는 모양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간 논란을 빚은 주인공 역인 홍설에 배우 김고은을 확정하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앞으로 <치인트> 제작진은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 않다.
 
지난해 방영된 KBS2 <내일도 칸타빌레>나 <냄새를 보는 소녀>와 같은 만화 원작 드라마가 네티즌들이 원하는 방향의 캐스팅을 이뤘음에도 크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제작진이 원작의 테마나 재미를 완성도 있게 풀어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방영 3개월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치인트>의 제작진이 높은 수준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짚어봤다.
 
◇배우 김고은이 tvN 새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여주인공 홍설 역할에 캐스팅됐다. 사진/뉴시스
 
◇단순한 로맨틱코미디 아닌 <치인트>, 홍설의 예민한 심리 묘사가 핵심
 
<치인트>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여주인공이 홍설과 유정의 러브라인이 단순히 두 사람만의 사이에서 파생된 사랑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생>이 사회초년병의 성장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처럼 <치인트>도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점, 취업, 아르바이트, 학원, 가족 등을 고민하며 성장하는 여학생의 이야기를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그 안에서 꽃피는 사랑도 유치하거나 가볍지 않다. 이는 <치인트>에 30대 이상의 팬들도 적지 않은 이유다.
 
이 작품은 '구설수'가 사회생활 못지않게 심하다는 대학생활을 배경으로 평온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내면을 관찰하고 조금은 희생하더라도 불편한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등의 예민함을 가진 홍설과 푸근한 인상을 하고 주변사람들과 늘 잘 어울리지만 냉철하고 차가운 이중성을 갖고 있는 유정이 서로에게 쌓인 오해를 하나하나 벗겨가면서 깊어지는 사랑을 그린다.
 
제작진은 두 사람의 심리를 자세하면서 공감 가도록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드라마의 성공여부는 웹툰이 갖고 있는 특유의 매력을 얼마나 정확히 묘사하냐는데 있다.
 
당초 '치어머니'들은 제작진이 캐스팅을 제안한 수지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리고 홍설의 적임자로 천우희를 내세웠다. 홍설의 캐릭터 특성상 그늘이 없이 예쁜 배우는 홍설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과 그의 예민함을 표현하는데 있어 뛰어난 연기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지가 아닌 천우희를 추천했다.
 
그만큼 홍설은 매우 섬세한 내면 연기를 펼칠 수 있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다. 김고은이 홍설 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환영하는 이유는 그가 홍설 특유의 어두운 모습과 깊은 내면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홍설은 대사나 독백, 연기적인 면에서 정확히 표현되지 않으면 자칫 '민폐녀'로 전락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캐릭터다. 이는 앞으로 홍설을 연기해야 하는 김고은의 숙제이기도 하지만 제작진이 어떤 대본과 연출을 하며, 어떤 설정을 잡느냐도 중요하다. 자칫 원작의 맛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내일도 칸타빌레>의 심은경과 같은 설정을 한다면 공감을 사기 힘들 수 있다.
 
◇백인호부터 오영곤까지, 주요인물 캐스팅도 난제
 
<치인트>는 대학 생활의 이야기를 그린다. 홍설의 캐릭터는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통해서 표현된다. 그만큼 홍설의 심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주변 인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유정과는 원수지간이면서 홍설은 유독 아끼고 친근한 백인호는 유정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만큼 중요성이 상당하다. 활기찬 성격과 잘 생긴 외모를 갖고 있어 유정보다도 더 매력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연예기획사 한 관계자는 "유정도 매력적이지만 백인호가 갖고 있는 캐릭터의 매력도 훌륭하다. 많은 배우들이 백인호의 역할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어릴 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민폐녀'이자 '된장녀' 백인하, 누구보다도 홍설을 아끼고 좋아하는 장보라와 후배 권은택, 성격 좋은 선배 같지만 화가 나면 매우 까칠한 상철, 철없어 보이지만 따듯한 배려심이 있는 동생 홍준, 홍준의 연인이자 어릴 적부터 홍설과 같이 자라온 아영, 갈등유발자 오영곤과 홍설과 싸우게 되는 손민수까지 주요 인물들의 안정된 연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주요인물 중 한 사람이라도 흐트러진 연기나 과도한 설정으로 등장한다면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홍설 외의 나머지 배역에 대한 캐스팅도 난제다.
 
◇웹툰의 엄청난 분량,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에피소드
 
지난해 방영된 <미생>이 크게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145화나 되는 웹툰의 분량 중 적재적소 꼭 필요한 에피소드와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에피소드가 큰 줄거리의 방향에 녹아들었던 점은 드라마 <미생>의 성공 이유였다.
 
<치인트>의 웹툰 분량은 28일까지 228화에 해당한다.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아울러 아직까지 결말이 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내용을 모두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미생>처럼 에피소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미생>이 그랬듯이 두 주인공이 오해를 쌓고 풀어지면서 사랑이 깊어지는 전체 이야기와 홍설이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절묘하게 녹아들어야 한다. 웹툰 속 수많은 갈등 중 어떤 에피소드를 선택하느냐가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를 높이는데 제작진의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치인트>가 <미생>과 같은 웹툰 원작 드라마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숙제를 극복해야 한다. 아직 3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는 가운데 <치인트>가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로 탄생할지 아니면 원작에 못 미치는 그저 그런 드라마로 전락할지 주목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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