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두산 구조조정 新모델 '창의적 발상'

SPC 지분 49%만 매각..경영권 유지

입력 : 2009-06-03 오후 5:21:00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두산그룹이 3일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은 그간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모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두산이 이날 발표한 방안은 4개 계열사의 지분을 묶어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운 뒤, 지분의 49%만 재무적 투자자에게 넘기고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창의적인 발상이라고 분석했다.
 
매각하는 쪽에서는 4개 계열사를 한꺼번에 묶어 팔기 때문에 원매자들을 일일이 찾아 다녀 개별접촉해야 하는 비용과 수고를 덜었다.
 
인수자는 위험에 대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어 안심하고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다.
 
또한 지분의 50%를 넘지 않는 지분만 팔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지분의 절반만 매각하면 효과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향후 더 높은 매각차익과 영업현금흐름 등 수익을 거둘 기회는 남겨둘 수 있다.
 
현금을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향후 경영이 정상화될 경우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지분을 재매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미래에셋PEF 관계자는 “4개 계열사 모두 경영상황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투자수익이 있을 것”이라면서 “경영권 매각시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밥캣 인수로 인한 차입금 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두산의 이같은 노력에 호응해 재무약정상 '에비타 부채비율(debt-to-EBITDA)'을 오는 2012년까지 7배로 완화시키기로 했다.
 
업계에선 이번 구조조정안으로 두산은 추가증자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두산이 충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지 못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종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이번 거래를 통해 두산은 재무구조 상황이 좋아졌다”면서 “하지만 시장상황이 어려워 매각 계열사들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으로 3년 뒤부터는 두산그룹과 재무적 투자자 양쪽 가운데 한쪽이 매각을 원할 경우 다른 쪽도 의무적으로 매각에 동참해야 한다는 ‘드래그 어롱'(Drag Along) 조건도 두산그룹에게 변수가 될 수 있다.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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