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7개월 연속 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무역수지는 흑자를 나타냈지만 수입도 꾸준히 동반감소 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른바 불황형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줄어든 466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은 388억5000만 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15.3%로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77억6000만 달러로 4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어들면서 발생한 불황형 흑자로 나타났다.
수출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유가하락으로 지목되고 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두 분야에서 수출이 20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를 제외하면 7월 수출이 7% 늘었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6월 배럴 당 107달러90센트에서 올해 7월 55달러 80센트까지 곤두박질 쳤고, 이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7%, 석유화학 수출단가는 25.5% 하락했다.
수출 주력 품목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 가전 등의 수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2%, 16.0%, 17.5%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의 경우 신차가 출시 전 구 모델 수출조정에 따라 수출이 줄었고, 무선통신기기와 가전 등은 해외생산 비중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다만 선박과 철강, 반도체 등의 수출 효자 품목을 비롯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화장품 등 신규 제품들의 수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력 품목들의 수출 회복 여부에 따라 큰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유럽과 중국 등의 세계 교역 둔화,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 그리스 사태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지역별 수출 성적표도 부진을 기록했다. 중국(-6.4%)과 일본(-28%), EU(-5.6%) 등 주요 교역국들에 대한 수출이 대부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해외생산 비중이 늘면서 베트남에 대한 수출은 46.5% 증가했고,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도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등의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1.8%의 증가세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수출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수출물량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신제품 효과가 기대되는 무선통신기기와 자동차, 신흥국 스마트폰 수요증가에 따른 반도체와 반도체 메모리 저장장치(SSD) 등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데다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은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 하반기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하락으로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액은 월 평균 20억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화장품과 SSD, OLED 등 신규 수출 주력품 발굴에도 힘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수입은 원자재 단가 하락으로 꾸준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석탄과 철강제품, 원유와 가스 등 원자재는 28.0%로 감소폭이 가장 컸고, 소비재는 자동차와 시계 등의 수입이 늘면서 2.2%의 소폭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바레인 사키르의 사막에 있는 유전에서 오일펌프가 작업하는 모습. 그리스의 재정 위기, 중국 증시 우려 등 수많은 세계 경제적 지정학적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