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23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열려 김지형 조정위원장이 조정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3일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조정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놓은 데 대해 삼성전자,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등 협상 3자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권고안 발표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가 논란이 된지 8년여 만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협상에는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협상 3개 주체 중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곳은 반올림뿐이다. 반올림은 피해가족 입장에서는 부족하지만 큰 틀에서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으며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수정안을 작성해 조정위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올림 관계자는 "조정위가 기부 형태를 권고한 것은 삼성전자 책임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못할 수 있지만 신설하는 공익법인을 거쳐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주고 독립적으로 대책을 수행할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가대위는 공익법인을 통한 보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가대위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족들로서는 오랫동안 기다려 왔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보상받기를 희망한다"며 "그런데 이제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공익법인에 보상을 신청하라는 것은 아직도 많은 세월을 기다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권고안 제5조 보상액 ▲공익법인 설립 발기인과 이사회 구성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가대위는 조정과정에서 피해자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보상 문제도 애초 피해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협소하게 반영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권고안에 대해 100%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권고안 이의제기 마감시한이 오는 3일로 다가온 가운데 조정안 제출에 대해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권고안 내용 중에는 회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고, 여전히 내부적으로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협상 3자가 권고안에 대해 이견을 보임에 따라 조율 과정 또한 쉽지않으리라고 전망되고 있다. 협상 주체 한 관계자는 "조정위가 3자 의견을 듣고 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최종 합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