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서민금융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저축은행 여신전문출장소 설립 규제를 완화했지만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장소에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고, 최근엔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신규 출장소 설립 필요성이 떨어졌다는 게 업계 전반의 목소리다.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저축은행 출장소는 32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31개의 출장소는 올해 1월 설립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후 7개월간 1곳만 늘어난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저축은행이 출장소를 설치하려면 지점의 50%를 증자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지점의 5% 자본금만 증자하면 되도록 시행령이 개정됐다.
◇올해 1월에 오픈한 OK저축은행 명동 출장소. 사진/OK저축은행
당시 금융당국은 이같은 규제완화로 출장소가 증설되면서 관계형 금융이 강화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주요거점 지역에 영업점이 있기 때문에 출장소를 늘릴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점 관리에 비해 출장소 관리비용이 적긴 하지만 예대마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출장소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축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출장소가 소규모라도 하더라도 한 곳을 설치할 때마다 드는 자본금이 30억원정도 필요하고 초기비용을 향후 수익으로 만회하려면 많게는 4~5년이 걸린다“며 "명목상 규제완화이지만 영업현장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패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하나저축은행, 삼성상호저축은행 등은 출장소 수를 줄였다.
반면 KB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은 출장소를 신설할 방침을 세웠지만 지점을 통폐합하는 수준에 그쳐 저축은행 지점 및 출장소 총 갯수는 법 개정이전 규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안산지점을 폐쇄하고 여신전문출장소로 전환할 예정이다. KB저축은행도 비대면영업 강화를 위해 11개 영업점을 5개로 통합하는 대신 출장소 3곳을 늘릴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금융지주계 저축은행들이 출장소 설치를 계획하는 이유는 의무 증자비율이 낮은데다 금융감독원이 출장소의 예금해지 업무를 일부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와 다르게 OK저축은행은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작년말 120억원 증자까지 실시하며 올 상반기에만 출장소 2곳을 늘렸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관계형금융 확대를 위해 고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확보하고자 영업점 위치, 수를 적극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