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이병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방송통신 융합 환경이 가속화될수록 케이블사업자의 경쟁력은 약화 될 것"이라며 "케이블사업자가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가상이동망사업(MVNO)은 미봉책에 불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가상이동망 사업이란 이동 통신망이 없는 사업자가 기존 통신 사업자로부터 망의 일부를 구입해 각종 부가 이동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병기 방통위원은 4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CTA 2009 디지털케이블쇼'의 키노트 스피치에서 "결합상품의 경쟁이 극심해지는 방송통신 환경에서 통신사업자들이 QPS(네가지 결합 상품)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면서 케이블 사업자의 경쟁력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위원은 이어 "종합적인 대응책은 결국 와이브로 밖에 없다"며 "(케이블TV 업계에도) 모바일 인터넷전화, 이동형 초고속 인터넷, 무선데이터 증가를 염두에 둔 모바일IPTV 형태 등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극심한 방송통신 경쟁환경을 메가트랜드로 표현하며, KT나 SK텔레콤 등이 선보이고 있는 QPS(네가지 결합상품)가 모바일IPTV와 모바일VOIP(와이브로 음성전화) 등과 합쳐져 여섯가지 결합상품을 선보이며 케이블사업자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통신업계가 선보이고 있는 결합상품은 가족이 사용 중인 통신상품을 묶어 각각 가입할 때보다 싸게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은 “케이블사업자가 MVNO(망을 갖춘 이동통신)서비스를 시작하더라도 그 자체가 회선 방식이기 때문에 와이브로 사업자가 이동 초고속 데이터(서비스)를 포함한 결합서비스를 시작하면 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케이블업계는 “정부가 와이브로를 신성장 동력으로 생각해 지원책을 내놓으면 시작할 수 있지만 KT나 SK텔레콤도 와이브로 투자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에서 와이브로에 올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사업자는 이미 케이블TV협회를 중심으로 MVNO를 비롯한 MNO 사업과 와이브로의 타당성을 적극 검토 중이지만, 통신망 구축 등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MVNO를 발판삼아 통신시장에 진출하고, 사업성을 따져가며 MNO 시장까지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케이블업계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서도 이 위원은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위원은 “통신사업자들이 무선의 증가를 반기면서도 두려워한다”며 “3세대 이동통신은 음성용이지 데이터용이 아니기 때문에 케이블사업자에게 MVNO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은 3세대에서 데이터 이용량이 많아지면 한정된 주파수에서 감당할 수 없어 고객의 원성을 들으면서도 비싼 무선데이터 요금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텔레콤 등은 3세대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1조3000억원을 낸데 비해 와이브로는 무선데이터 전용으로 13000억원의 망 사용 대가를 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와이브로 음성탑재 결정에 대해서도 반발한 바 있다.
이 위원은 결언에서 “지금은 결단의 시간이라며 (케이블사업자의) 빠른 결정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뉴스토마토 이형진 기자 magicbull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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