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공천제)’와 거대 양당의 영·호남 독점구도 완화를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각각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최근 심학봉 의원(무소속. 경북 구미갑)의 ‘성폭행 의혹’이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심 의원은 지난 3일 ‘40대 여성 대낮 호텔 성폭행 의혹’으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불미스러운 일로 지역주민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이번 19대 국회에서 성추문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사람은 ‘제수 성추행 논란’의 김형태 전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에 이어 두 번째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여당의 텃밭인 TK(대구·경북)지역 의원으로,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장이 곧 국회의원 당선증’인 지역독점이 의원들을 안이하게 만들어 일탈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시민단체인 구미YMCA와 구미참여연대는 “특정 정당만 무조건 당선시켜온 지역정서가 빚어낸 참사”라며 “더 이상 특정 이데올로기나 지역정서에 의지하는 방식으로는 좋은 지도자도 뽑을 수 없고, 지역사회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미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부른 심학봉을 뽑은 결과가 성폭행인가”라며 “시민들부터 반성해야 한다. 두 눈 부릅뜬 시민들의 견제와 균형이 없어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오픈프라이머리-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두고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국민의 정치개혁 요구 여론이 고조된다면 여야가 서로의 안을 전격 수용해 ‘빅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의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정치혁신안을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 박수로 추인한 바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비노(노무현)계를 중심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무소속 심학봉 의원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여성의원들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