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서울 시내면세점 재입찰을 앞두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최근 부자-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이 과정에서 불거진 '일본 기업' 이미지에 국민 여론이 가파르게 악화되고 있다.
4일 재계 등에 따르면 관세청은 서울 3곳과 부산 1곳의 시내면세점 사업권 특허기간이 연말 마감됨에 따라 다음달 25일까지 후속사업자 입찰 접수를 마감한다.
롯데면세점은 본점(소공점)과 월드타워점 등 2곳의 사업권이 오는 12일 마감돼 재승인을 위한 입찰전에 나서야 한다. 본점과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약 2조6000억원으로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약 4조3500억원)의 60%가 넘는 알짜배기 매장이다.
손쉽게 사업권을 재승인 받을 것으로 예측됐던 두 점포의 시내면세점 사업권은 최근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업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방어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분쟁이 벌어진 것도 문제지만, 돌아서버린 국민여론은 더욱 심각한 악재다. 오너 일가의 일본어 인터뷰와 일본식 이름 등 일본 기업 이미지가 깊게 박혀버려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에 따라 민·관으로 구성된 면세점 특허 심사위원으로부터 좋지못한 기업 평가점수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매출이익의 80%가 시내면세점에서 나오는 롯데호텔의 대주주가 롯데홀딩스인데, 그쪽으로 지난 4년동안 매년 250억원씩 배당이 흘러들어갔다"며 "국가재정수입으로 가야할 돈이 일본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롯데가 지난 10년동안 성장한 것은 면세점에서 나온 알짜배기 자금이라고 봐도 된다. 결국 각종 특혜를 얻은 롯데가 국민돈으로 큰 돈을 번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롯데 기업정서와 별개로 접근해야한다"며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의 약 80%가 외국인으로부터 벌어오기 때문에 사실상 수출기업이나 다름없다"고 해명했다.
계속되는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잦은 부재도 롯데면세점에겐 악재로 꼽힌다. 특히 이번 경영권 분쟁이 소송전 등으로 장기화될 경우 신 회장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면세점 입찰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전에서 고배를 마신
SK네트웍스(001740)의 탈락 원인 중 하나로 수감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재가 꼽힌 바 있다.
롯데면세점이 이 두 곳의 사업권을 잃게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롯데 사장단, 신동빈 회장 지지
4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서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대표로 신동빈 회장 지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줄 왼쪽부터)이재현 롯데로지스틱스 대표이사,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이사,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이사,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이사,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이사,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김치현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진제공=롯데물산)
이성수·이철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