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형제들의 경영권 승계 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따른 그룹주 향방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투업계에서는 롯데가의 갈등 양상이 격화되면 주가 측면에서 부정적 요인이 부각될 수 있다며 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을 조언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주가는 롯데 가문의 내분이 세상에 알려진 지난달 27일 이후 급등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초반에는 분쟁 소식이 호재로 작용해 사흘간 14% 넘게 뛰다 지난달 31일부터 다시 급락세로 돌아선 뒤 이날 소폭 반등했다.
롯데푸드,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다른 롯데그룹 식품·유통 계열사 주가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롯데칠성은 이날 다시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달 30일부터 3거래일 동안 8% 넘게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그룹 7개사의 시가총액은 3일 하루동안 1조7400원 가량 증발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지분 확보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롯데계열사 주가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 경영권 분쟁은 지난달 27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신동빈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의 해임을 시도하면서 세간에 드러났다. 그 다음날 신 회장이 긴급 이사회를 통해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함에 따라 형제간 갈등은 부자 갈등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왕자의 난’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광윤사 지분 확보가 관건"이라며 "롯데그룹 지배구조 상위에 있는 상장사들에 대한 지속적 관심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상 핵심에 있는 롯데쇼핑의 지주사 전환과 호텔롯데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경영권 다툼이 장기전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잠시 과도한 기대는 접고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차재현 동부증권 연구원은 "아직 결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그룹 내 지배권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은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주식시장 측면에서의 과대한 기대감은 자제해야 한다"며 "끝을 알 수 없는 드라마의 결론을 추정하는 것보다 전개되는 플롯에 맞춰 파급효과를 계산할 때"라고 평가했다.
'왕자의 난'이 주주총회를 넘어 결국 소송전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롯데 그룹의 경영 비효율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어느 때보다 그룹 경영진의 냉철한 현실 인식과 합리적 방향 설정이 중요한 시기에 경영권 다툼으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면 계열사 경영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없다"며 "경영권 분쟁은 주가 측면에서는 지분 관계로 단기적 모멘텀이 될 수도 있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쇼핑에 대한 투자전략은 경영권 안정화 이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