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조정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23일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회의에서 조정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업병 해결을 위해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공익법인' 설립 여부가 협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가 사내 기금 형태로 보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협상 주체인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는 전향적 결정으로 평가한 반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종전의 입장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따라 조정위의 권고안 발표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가 논란이 된 지 8년여 만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최종 합의까지 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조정위가 권고한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보상 방안 대신 사내기금을 조성해 협력업체 직원까지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가대위는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대위 관계자는 "큰틀에서 보면 우리가 요구한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세히 검토를 해봐야겠지만 빠른 보상과 협력사 직원 포함 등에 대해서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반올림은 4일 성명을 내고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조정권고안은 '사회적 해결'을 제안했는데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또 "삼성전자의 입장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된 종전의 입장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상대상과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도 조정위의 권고를 상당 부분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신속한 보상은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반올림 관계자는 "조정위가 연말까지 보상금 수령을 진행하고 소정의 치료비 추정액을 우선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는데 되레 공익법인이 신속한 보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보상 대상도 피해자 중 상당수가 배제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조정위는 전날까지 접수된 세 주체의 의견을 토대로 추가 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조정위 관계자는 "조만간 회의 후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