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관성 없는 정책이 불확실성 키운다

입력 : 2015-08-07 오전 9:04:06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가계부채 증가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최근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주택담보대출 심사에 있어 기존 담보 중심이던 기준을 상환능력으로 바꾼 것이다. 일정기간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던 거치기간을 최대 1년으로 단축하면서 원금상환을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찬반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다양하다. 먼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했을 때 장기적으로 올바른 정책이라는 의견이 있다. 실제 가계부채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에 기준금리 인하가 맞물리면서 지난해부터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1058조원을 조금 웃돌던 가계부채는 올해 1100조원 시대에 들어서는 등 증가세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심각해지는 가계부채를 조절하지 못할 경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부의 이번 대응이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가격 급등은 아니지만 거래가 늘면서 모처럼 상승흐름을 이어오고 있는 주택시장이 다시 급랭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물론 당장 시장이 침체되고, 가격이 갑자기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 시행은 내년 1월인데다 최근 주택시장은 전세난이 워낙 심각한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실주요자들을 중심으로 소형주택들의 매매 전환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상반기에 이어진 상승세는 점차 둔화될 수 밖에 없다. 대출 부담에 따른 매매 수요가 감소하면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대출 규제로 가격이 더 내릴 것을 기대하고 매수 타이밍을 늦출 것이다. 매도자는 지금 상승한 가격을 당분간 고수하려 하기 때문에 이들의 간극에 의한 거래 정체 현상이 예상된다. 거래 감소와 그에 따른 가격 약세도 시장에 부정적이지만 그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 하락이 장기적으로는 더욱 큰 문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에서 심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향후 시장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구매와 투자 욕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자들은 앞으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심리와 믿음이 뒷받침 돼야만 주택 구매에 자신있게 나선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내비치던 대출을 통한 주택구매가 손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이 퍼져있던 상황에서 갑작스런 규제로 입장을 바꾼 것은 수요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정책의 공신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그동안 정부는 빚내서 집을 사라고 할 정도로 주택시장 정상화를 통한 내수 활성화 의지를 강력히 내비쳐왔다. 특히,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게 저렴한 대출을 장려하고, 1주택 보유자의 갈아타기를 유도하는 등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유인책을 쏟아냈다. 여기에 한국은행도 금리를 연이어 낮추면서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정부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여 줬다. 때문에 이번 가계 부채 대책은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정책 방향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대출과 동시에 원금상환에 대한 부담은 수요자들의 실질적인 부담을 증가시키는 것 뿐 아니라 그동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수요자들의 구매심리는 얼어붙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같은 수요자들의 구매심리 위축은 결국 거래량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또 가격도 약세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
 
결국 집을 사는 사람이 줄면서 전세나 월세 등 임차시장에 머물러 있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가뜩이나 불안한 전세시장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이어 나온 금융당국의 LTV와 DTI 규제 완화 조치 1년 연장도 수요자들을 또 다른 혼란으로 빠뜨리는 모양새다. 당초 지난달까지 한시적으로 풀어줄 예정이었지만 이를 더 연장한 것이다.
 
갑자기 대출이 어려워질 경우 달아오른 주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에 가계 대출을 줄이겠다며 내놓은 대책과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정부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앞서 언급했지만 경제는 심리적 요인이 수요자들의 시장 활동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주택을 구매하거나 투자에 나서는 수요자는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미 내놓은 정책 방향이라면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향후 정부가 원하는 그림을 먼저 시장에, 또 수요자들에게 보여줘야만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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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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