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사랑한다면 얼굴쯤은 바뀌어도 괜찮아

영화 '뷰티인사이드'

입력 : 2015-08-06 오후 1:37:30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1987년생 남자 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뀐다. 신체부터 목소리, 성별, 나이, 머리숱 등 모든 게 바뀐다. 하루는 아이가 됐다가 어느 날에는 늙은 노인이 된다. 외국인, 젊은 여자가 되는 날도 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잘 생긴 남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은 없는 것과도 같다. 얼굴이 너무 많아 일상이 버거운 우진은 사회생활도 포기한다.
 
그런 그가 사랑에 빠진다. 성격과 취향이 비슷한, 기품 있는 동갑내기 여자 이수(한효주 분)가 그 주인공이다. 얼핏 보면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지만 평범한 사랑은 이들에겐 기적 같은 일이다. 두 사람은 난관을 뚫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영화 <뷰티인사이드> 메인포스터. 사진/NEW
 
판타지 멜로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최고의 광고작품으로 꼽히는 인텔·도시바의 합작 소셜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The Beuty Inside)>를 원작으로 한다. 매일 다른 사람이 되는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등장인물과 영상, 배경에 이르기까지 독특하고 절묘한 설정으로 불가능이라는 한계를 뛰어넘는다.
 
우진을 연기한 사람만 무려 123명, 주요 배우만 21명이다. 감독은 배우들의 이미지를 철저히 분석했다. 한효주와 처음 만날 때의 박서준, 매력을 뽐내는 환상적인 미남 이진욱, 그녀와 이별하는 김주혁, 다시 재회하는 유연석은 사랑의 각 단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얼굴들'이다. 한효주로부터 상처 받는 천우희, 고아성 등도 적재적소에 배치돼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뷰티인사이드>에서 우진을 연기한 박서준-이진욱-천우희-유연석-우에노 주리-김대명(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사진/NEW
 
얼굴이 매일 바뀌는 가상의 인물을 21명의 배우가 소화해내며 일정한 감정선과 패턴을 유지한 점도 훌륭하다.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디렉션이 적절히 어우러진 덕분에 우진이라는 인물은 오롯이 한 인물로 느껴진다.
 
우진과 사랑을 꽃 피우는 이수 역의 한효주는 멜로의 여왕이라 불릴 만하다. 한효주는 멜로물이 가뭄에 콩 나듯이 제작되는 한국 영화계에서 꾸준히 멜로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이번 영화는 멜로영화 제작자들이 한효주를 편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유감 없이 보여준다.
 
◇영화 <뷰티인사이드>에서 매일 다른 사람이 되는 우진을 사랑한 이수 역할을 연기한 한효주. 사진/NEW
 
주변인물들도 제 몫을 다한다. 유머 코드는 우진의 죽마고우 상백 역의 이동휘가 담당한다. 장난이 짓궂고 말투도 거침없지만 인간미가 있는 인물이다. 이밖에 우진을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어머니 역의 문숙과 이수에게 잠자리를 강요하는 친언니 역의 이미도, 이수를 믿어주는 상사 역의 신동미까지 빈틈이 없다.
 
이 밖에 영화의 강점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영상미다. 가구점과 공방을 주 배경으로 삼아 만들어낸 유려한 영상이 시선을 붙잡는다. CF 감독 출신인 백 감독의 감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특히 한효주와 이진욱의 베드신이 아름답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보다는 감성 돋는 가을과 좀더 어울릴 만한 영화다.
 
-한줄평: 배우와 감독이 함께 일궈낸 기적같은 영화
-토마토 평점: 7.9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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