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한국 축구가 이번 주말에 동아시안컵 최초의 '남녀 동반 우승'에 도전한다.
조건은 '승리' 하나다. 슈틸리케호는 비기면 같은 시각 열리는 중국-일본 경기에 따라 우승 여부가 가려지고, 윤덕여호는 비기거나 지면 우승컵은 남의 차지가 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 축구 대표팀은 오는 9일 오후 6시 10분(이하 한국시간) 중국 우한의 스포츠센터에서 북한과 이번 동아시안컵 대회의 마지막 일전을 치른다. 북한과 치르는 남자 A매치는 지난 2009년 4월 서울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6년4개월 만이다.
이번 대회는 4개국이 한 번씩 총 3경기를 치르는 풀리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한국(승점 4)은 1차전에서 중국(승점 3)을 2-0으로 이겼고, 2차전에서 일본(승점 1)과 1-1로 비기며 현재 선두다. 북한은 일본에 2-1로써 역전승했지만 중국에 0-2로 패해 승점 3이다.
한국이 3차전에서 북한을 이기면 지난 2008년 중국 대회 이후로 7년만에 우승을 하게 된다. 비겨도 우승 가능성은 있지만 승리할 경우와는 많이 다르다. 일본을 뺀 한국과 북한, 중국은 이 대회의 마지막 날 결과에 따라 우승을 거둘 수 있다.
남자부는 한국이 북한보다 유리한 전력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봐도 한국은 54위지만 북한은 훨씬 뒤처진 124위다. 다만 북한은 우승이 가능한 지금 정신력이 단단하다. 특히 김창복 북한 감독은 최근 '빨치산 전법'을 적극 강조하며 우승을 확신하고 있다.
북한의 빨치산 전법은 방어가 아닌 공격 위주의 전법이다. 그렇다고 방어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김창복 북한 감독은 빨치산 전법과 관련해 최근 언론에 "빨치산 공격 전법은 '공격을 위한 방어'가 핵심이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전방부터 압박하며 역습을 적극 노린다"고 설명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남자 대표팀의 하루 전인 8일 오후 6시 10분 남자 대표팀과 같은 중국 우한의 스포츠센터에서 북한과 경기한다.
여자부는 한국과 북한이 2승으로 각각 승점 6점이나 골득실 차에서 한국(중국전 1-0, 일본전 2-1)이 북한(일본전 4-2, 중국전 3-2)에 한 골 뒤져 2위다. 한국이 필히 북한을 이겨야 하는 구조다. 만약 한국이 '사실상의 결승전'인 남북전을 비기면 북한이 우승하게 된다.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북한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 '여자축구 강국'으로 불리는 북한 FIFA 랭킹은 무려 8위로 17위 한국에 비해 훨씬 앞이다. 다만 한국도 지난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사상 최초의 16강 진출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중국과 일본을 연파하며 팀의 전체적인 사기가 높아져 이변이 기대된다.
한편 한국 남녀축구가 동반 우승 위업을 수립하면 동아시안컵에서는 처음으로 한 국가가 동시에 두 개의 챔피언 트로피를 차지하는 경우가 된다. 지난 2005년 한국에서 열린 제1회 대회 이후 남·녀 동반 우승 국가는 아직 없다. 한국이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만약 우승할 경우 여자 대표팀은 2005년 대회 이후 10년 만이고, 남자 대표팀은 2008년 중국 대회 이후 7년만에 3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된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