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10곳 중 8곳은 통일 후 대북사업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관심 가는 지역은 개성·해주 등 경기도 접경이었고, 희망 사업 분야는 북한 지하자원개발과 SOC 개발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남북통일 전망과 대응과제’를 조사한 결과, 통일 이후 대북사업 추진의향을 묻는 질문에 ‘적극 추진하겠다’는 응답이 30.8%, ‘여건이 허용하는 한 추진할 것’이라는 답변이 56.4%로 전체 응답기업의 87.2%가 통일이 되면 북한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10일 밝혔다. ‘통일이 되더라도 대북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12.8%에 그쳤다.
대북사업 의향을 갖고 있는 기업이 꼽은 투자 관심지역으로는 ‘개성·해주 등 경기도 접경지역’(42.3%)이 첫 번째를 차지했다. 이어 ‘평양·남포 등 북한 수도권지역’(28.0%), ‘신의주·황금평 등 중국 접경지역’(11.5%), ‘원산·금강산 등 강원도 인근지역’(9.2%) 순으로 관심이 높았다.
희망 사업 분야로는 ‘북한 지하자원 개발’(28.4%), ‘전기, 도로 등 SOC건설’(22.1%), ‘생산기지 조성’(22.1%), ‘대륙연계 물류망 구축’(18.7%), ‘북한 내수시장 개척’(8.7%)을 들었으며, 추진형태에 대해서는 ‘직접 시설투자’(37.1%), ‘위탁가공 의뢰’(28.4%), ‘단순교역’(25.2%), ‘합작 투자’(6.9%) 순으로 답했다.
대한상의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분단된 중국과 대만은 자유왕래가 가능하고 2011년부터는 관세와 무역장벽을 없애는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어 차이완시대를 펼치는 반면 남북한은 분단 70년이 다되도록 관계개선에 진전이 없어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미국의 아시아로 회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둘러싼 정치와 경제질서가 새롭게 재편되는 시기에 북한 문호를 열 방안이 더욱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 기업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통일 진전 상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묻자 65.1%가 ‘공감하는 편’이라고 답했고, 28.2%는 ‘적극 공감’이라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6.7%에 그쳤다.
하지만 통일 관련 남북관계 동향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기업의 10.6%만이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답한 가운데 대다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70.7%)고 답했다. ‘오히려 통일로부터 더 멀어지고 있다’는 응답도 18.7%에 달했다.
통일이 안 되는 이유로는 ‘북한의 호응부재’(41.5%)를 첫 손에 꼽았고 ‘우리 내부의 반목과 의지부족’(34.7%), ‘주변 강대국의 견제와 방해’(21.1%) 때문이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통일을 실현하거나 앞당기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남북대화와 교류 확대’(31.2%), ‘통일대비 경제역량 배양’(25.2%), ‘통일에 대한 공감대 형성’(18.5%), ‘북핵 포기 및 개혁·개방 유도’(18.2%)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통일여건 조성과 북한 경제발전을 위해 북한기업의 역량개발에 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협력하겠다’(58.2%)는 기업이 ‘악용 우려가 있어 협조 않겠다’(41.8%)는 답변을 웃돌았다.
협력 가능방안으로는 ‘기술 전수’(31.3%)를 첫 손에 꼽았고, ‘북한 경제인의 우리 기업 답사 허용’(25.8%), ‘전문인력 파견’(20.5%), ‘경영컨설팅’(9.2%), ‘해외시장 정보제공’(6.9%) 등을 차례대로 들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남북경협이 이뤄져야 북한의 경제수준을 높여 통일에 따른 비용을 낮추고 북한 주민의 대남 친밀감을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경제협력 중단이 길어질수록 재개할 수 있는 부담과 애로는 커지는 만큼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은 물론 민간차원의 교류 등 다각적이고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의선 철도와 신1번 국도가 북으로 이어지는 관문인 경기도 파주시 도라통문으로 개성공단에서 출발한 차량들이 입경을 위해 다가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