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지금 여의도에서는 정치개혁이 화두다. 그러나 정치권의 논쟁을 보노라면 국회의원이 되지 말았어야 할 이들이 정치를 다 망쳐 놓고는 이제와 셀프 개혁을 하겠다고 야단 법석을 떠는 모양새다. 이는 이미 19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 예견됐던 일이다.
한길리서치가 KBS와 함께 지난 2012년 5월, 19대 총선직후 국민과 한국정치학회 소속 전문가를 대상으로 18대 국회 평가와 19대 국회에 대한 기대와 관련된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18대 국회에 대한 평가를 보면 잘했다는 평가는 국민 18.4%, 전문가 5%에 불과했다.
반면, 잘못했다는 평가는 국민 78.8%, 전문가 95%나 됐다. 19대 국회에 대해 더 나을 것이라는 일반 국민 전망은 28.3%에 불과했고, 18대와 비슷할 것 62.0%, 더 못할 것 9.3%라는 결과가 나왔다. 정치학자들도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30.0%에 불과했고, 비슷하거나(55.0%), 더 못할 것(15.0%)으로 예상했다. 국민들은 그 이유에 대해 선거과정에서 '국회의원 징계강화나 특권 축소노력이 없다'(42.4%), '당선자의 자질이나 능력이 더 나아 보이지 않는다'(30.8%), '대선을 앞두고 (국민보다는) 대선주자 눈치를 보기 때문'(21.6%)이라고 답했다.
최근 국회를 보고 있노라면 3년 전 국민의 우려가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우려를 안겨줬던 정치인들이 개혁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역시 별다른 성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여·야 개혁논의는 각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하나는 공천방식에 대한 문제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 특권 내려 놓기다.
먼저 공천권방식은 오픈프라이머리 체택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지만, 사실상 선거구획정 의원정수, 비례대표문제와 함께 정치인 개개인 또는 세력이나 계파의 이해관계, 제식구 챙기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양상을 보면 선거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물갈이 돼야 할 정치인이 결코 바뀔 것 같지도않다. 계파 패권정치나 지역주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의 이익 실현을 위해 국민을 이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뿐이다.
정치인 특권 내려 놓기의 경우도 정치개혁 논의에서 뒤로 밀려나 있다. 한마디로 내려 놓기가 싫기 때문이다. 그럼 정치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사익을 버리자. 개인의 욕심을 국익으로 둔갑시켜 국민을 속이지말자. 그리고 개혁을 너무 어려운 말로 하지 말라. 오픈프라이머리니, 국민 배심원제니 온갖 용어로 복잡하게 하지 말고 간단히 쉬운 말로 하라. 신뢰를 주기 보다는 이슈를 선점하려는 용어 만들기에 급급해 보일 뿐이다. 이번 정치개혁은 셀프로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뜻에 귀기울여 보자.
18대 국회의 정치개혁 실패 원인은 국민 공감 없는 그들만의 잔치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현재 19대 국회에 대한 여론도 비슷하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궂은날과 화창한 날을 구분하라. 정치와 애인과 우산의 공통점은 필때와 접을 때를 분명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의도에는 폭우가 쏟아지는데 우산을 접는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사람도, 지역도 모두 바꾸는 체인지(change·바꿀 替, 사람 人, 땅 地)를 실천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자.